전설 ()

구비문학
개념
구전되거나, 구전되다가 기록된 옛이야기 가운데 연행과 전승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나 지형 · 사물 등이 존재하는 비극적인 성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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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전설은 구전되거나, 구전되다 기록된 옛이야기 가운데 연행과 전승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나 지형·사물 등이 존재하는 비극적인 성격의 이야기다. 연행과 전승의 근거는 흔히 ‘전설의 증거물’로 불리며, 전설의 연행과 전승에서 주요하게 초점화되는 전설의 ‘진실성’을 담보한다. 전설은 토박이 남성으로 구성된 집단 내에서 연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이 ‘진실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의
구전되거나, 구전되다가 기록된 옛이야기 가운데 연행과 전승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나 지형 · 사물 등이 존재하는 비극적인 성격의 이야기.
전승

전설은 문헌에 기록된 것과 구술(口述)로 연행되는 것으로 구분된다. 문헌에 기록된 이야기도 특정 어느 시점에는 구술 연행되던 것이 누군가에 의해 기록된 것이다. 그러나 기록과 구술은 서로 다른 미디어이며, 각 유형의 미디어가 지니는 특성은 텍스트의 구성 · 주제 · 문체 등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같은 유형의 이야기로 분류될 수 있는 이야기 자료라 하더라도, 문헌에 기록된 것과 구술로 연행되는 것을 같은 ‘전설’ 텍스트로 간주할 수는 없다. 구술과 기록의 관계는 구술에서 기록으로의 이행이라는 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구술로 연행되던 것이 기록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록된 자료를 읽은 누군가에 의해 다시 구술로 전승이 시작되기도 한다.

문헌에 기록된 자료는 고려 말 일연(一然)『삼국유사(三國遺事)』김부식(金富軾)『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부터 발견된다. 이후 고려 말 최자(崔滋)『보한집(補閑集)』, 이인로(李仁老)『파한집(破閑集)』, 이제현(李齊賢)『역옹패설(櫟翁稗說)』 등의 패설집에도 전설 텍스트가 수록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다수의 패설집과 야담집(野談集), 사대부(士大夫)들의 문집(文集), 기타 문헌 자료들에 전설이 수록되어 있다.

전설은 특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거짓된 이야기’로 인식되기보다는 지역의 구전되는 역사와 결부된 ‘진실한 이야기’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백성들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대부들도 전설의 가치를 중요시하여 전설을 문헌에 기록하는 일이 많았다. 유학적 인식과 세계관을 내면화한 이들은 백성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사대부의 의무와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백성들의 민심을 살피고 헤아리는 매개가 될 뿐 아니라, 이 매개를 통해 유학적 이상이 실현된 정치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대부들에게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은 민심을 천심(天心)으로 여기며 백성들을 어렵게 대하고, 정치인이나 관료로서 자신의 언행과 통치 행위를 삼가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설화(說話)’ 범주에 속하는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전설’을 수집하여 기록한 자료가 많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대 이후에도 각 지역의 관청과 뜻있는 지역 사학자들이 담당하거나 거주하는 지역에서 전승되는 전설 자료들을 채록(採錄)하여 문헌 자료로 엮어 내는 일이 많았다. 1970년대 말 이후에 구술 채록된 자료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임석재(任晳宰)의 『한국구전설화』를 비롯하여, 다수의 연구자와 기관에서 채록 · 수집하여 정리한 자료집에 수록된 전설들이 있다.

내용

개념과 특징

전설은 구전되거나 구전되다 기록된 옛 이야기 가운데 연행과 전승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나 지형 · 사물 등이 존재하는 비극적인 성격의 이야기다. 그러나 전설의 본령(本領)은 구전되는 이야기에 있다. 구전되는 이야기 가운데, 이야기 속 사건이나 인물이 현재까지도 연행 및 전승 현장에 남아 연행과 전승의 근거가 되는 부류의 이야기를 전설이라 한다. 이때 이 연행 및 전승의 근거를 ‘전설의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설의 증거’는 이야기 속 사건과 결부된 인물이거나 사건의 배경이나 결과에 해당하는 지형 및 지명 · 사물 · 현상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전설의 증거’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기도 한다.

① 자연물이나 자연현상: 육지(지역지명 · 산 · 고개 · 바위 · 굴 · 식물 · 동물), 강과 바다(샘 · 우물 · 못 · 강 · 섬 · 곶 · 항구 · 바다 · 항만)

② 인공물: 유적(성터 · 집 · 정자와 누각 · 다리 · 비석 · 둑 · 묘당(廟堂) · 무덤), 유물(복식 · 음식 · 가구 · 가면 · 신앙물 · 무구(武具), 사찰 관련(절 · 탑 · 불상 · 종 · 경판(經版) · 불구(佛具))

③ 인간과 인간의 행동

㉠ 인물: 임금, 승려, 충신, 사신, 학자, 벼슬아치(목민관), 장수(무관), 씨족(氏族) 시조, 지역 내 역사상 실존 인물, 마을 내 특정 성씨 인물 등

㉡ 인간 행위: 과거(科擧) · 풍수(風水) · 수련(修練) · 기이한 일의 목격 · 점복(占卜) · 기로(棄老) · 힘내기 · 인신 공희(人身供犧) · 전란(戰亂) 등

④ 동물과 기타 환상적 존재: 용 · 이심이 · 강철이(꽝철이) · 호랑이 · 여우 · 개 · 지네 · 뱀 · 지렁이 · 두꺼비 등

전설을 연행하거나 전승하는 이들은 전설을 ‘진실한 이야기’로 인식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이 이야기의 ‘진실성’은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확고한 믿음이나 실체적 현실에 대한 확신과는 다르다. ‘이 이야기는 진실한 것이다’라는 말과 태도는 일종의 연행 및 전승의 자세에 해당하며, 전설의 연행과 전승에 참여한 이들이 참여한 계약의 결과이기도 하다. ‘전설의 증거’는 이와 같은 전설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하나의 요소로 기능하기도 한다.

‘전설의 진실성’에 대한 연행 및 전승 주체의 인식은 때때로 연행 현장을 논쟁으로 이끈다. 연행에 참여한 이들 사이의 논쟁은 전설의 연행 패턴 및 특징 가운데 하나다. 다툼은 주로 연행자의 연행이 전통의 지속성에 충실한가의 여부, 이야기 속 인물과 사건이 현실에서 존재할 만한 일인가의 여부, 그리고 전설의 전승 근거가 되는 지형이나 인물이 어떤 지역이나 공동체에 속해 있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이 다툼의 목적은 논쟁이 오가던 내용 가운데 하나를 ‘진실한 내용’으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툼 그 자체이며, 논쟁은 전설의 연행을 규정짓는 중요한 수사적(修辭的)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전설의 비극성

전설은 이야기 속 인물이 의도한 일이나 수행해야만 하는 과업을 성취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르에 관한 이론의 관점에서 ‘자아와 세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전설을 바라보면, 세계에 맞선 자아가 비장(悲壯)하게 죽음에 이르거나 좌절에 이르게 되는 결말을 구현함으로써 세계의 거대함이나 압도적인 사나움 · 거칢 등을 드러내는 서사로 정의할 수 있다. 이때 마지막 좌절과 파괴 · 해체의 결말은 어떤 비극적 필연성(必然性)에 이끌린 결과로 나타나며, 전설의 주인공은 이 필연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이야기의 마지막 사건이 강렬한 정서적 고양을 동반할수록, 전설의 주제가 드러내는 효과는 더욱 뚜렷해진다. 또 이와 같은 비극적 파토스는 이야기 연행과 전승에 참여한 이들로 하여금 특정한 감정으로의 이입 및 동일시(同一視)하는 효과를 거두거나, 혹은 연민과 카타르시스의 정서로 이끈다.

전설의 주인공은 비장하게 최후를 맞이해야 하며, 이것은 전설을 구성하는 가장 주요한 서사적 전략 가운데 하나다. 때로 이 비장한 최후는 숭고의 미학을 구현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비극적 최후에 대한 파토스가 강렬할수록 이야기 연행과 전승에 참여한 이들의 감정이입 및 감정의 동일시를 고조시킨다. 이는 결국 주인공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서사의 인과율(因果律)이나 특정 논리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비판적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전설의 비극성은 때로 전설의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 세계의 질서나 구성된 현실 세계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전설의 비극성은 전설에 남아 있는 신화적 성격, 혹은 신화(神話)의 흔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전설의 비극적 결말 가운데 인물의 행위[doing]가 아니라 존재[being] 자체가 세계와 주변 인물로부터 거부 · 부정 당하거나, 인물의 파멸이나 세계의 파괴가 특정한 동기 및 의지가 개입된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논리적 필연성에 이끌린 결과로 나타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럴 때 전설은 신화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혹은 아무런 계기나 이유 없이 극단적인 비극성을 구현하는 서사의 전설도 존재하는데, 이런 경우 역시 신화의 흔적을 짙게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의 세계의 창조에 앞선 ‘질서의 무화’ 단계를 구현하는 모티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전설의 연행과 전승에서 그와 같은 신화적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는 다만 신화적 모티프의 흔적이 남은 전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화적 모티프 중에는 남매 혹은 오누이로 불리는 관계에서, 근친상간(近親相姦)의 욕망을 느끼거나 근친상간의 관계가 실현되는 사건과 연관된 것들도 존재한다. 이런 경우 어떤 서사에서는 근친상간의 관계가 실현됨으로써 인류의 시조가 된다는 결말로 이어져 신화적 서사의 주제를 구현하지만, 또 다른 서사에서는 이와 같은 근친상간의 욕망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이 설정되면서 인물이 모두 죽음에 이르는 파국(破局)을 맞이하는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자가 남매혼 서사를 구현하는 신화로 분류된다면, 후자는 근친상간을 금기로 여긴다는 주제를 구현하는 전설로 분류된다. 후자의 예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달래강 전설」 같은 유형의 것들이 있다.

신화적 전설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광포성’이 부각되기도 한다. ‘광포성’은 전설이 특정 지역의 경계를 넘어 여러 지역에서 전승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넓은 지역의 분포는 전승의 오랜 역사와 근원을 증명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나의 이야기가 오랜 기간 전승되면서 지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퍼져 나갔을 때, 어떤 지역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어떤 지역에서는 전승되던 이야기가 소멸하거나 쇠퇴하기도 한다. 전승의 현황을 파악하는 지금, 인접한 지역들에서 높은 분포와 밀도를 드러내며 전승되는 이야기가 있지만, 서로 떨어진 지역에서 광범위한 범위로 전승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후자의 경우 그만큼 전승의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입증하는 근거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이다.

의의 및 평가

전설의 전승과 공동체

구전 이야기 연행은 ‘여성’들로 구성된 연행 집단과 ‘남성’들로 구성된 연행 집단 내에서 연행 · 전승되는 이야기의 레퍼토리가 다르고, 연행의 주요 자질이나 연행 집단 내부의 움직임도 다르게 구성된다. 전설은 ‘남성’들만으로 구성된 동성 집단 내부에서 연행 · 전승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대체로 토박이 ‘남성’들로 구성된 집단 내에서 연행되는 경우가 많다. 토박이 남성 가운데 ‘웃어른’으로 인식되거나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수호하고 계승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인물이 연행을 주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전승의 지속성을 존중하며, 이에 이끌리는 태도로 연행을 이어 나간다. 아울러 이들은 해당 이야기의 연행과 전승이 공동체의 유지와 존속 · 결속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와 전통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한다는 책임과 사명에 맞닿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이 전설을 연행하는 동기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이나 책임감 · 사명감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지역 사람이 방문하거나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이 참여한 연행 현장에서, 공동체의 역사와 전통을 전시하거나 교육하려는 의도에서 연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남성 어른이 전설의 연행을 주도하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구성원을 연행에 끌어들일 때, 전설의 비극적 주제는 공동체로의 입문을 위한 입사(入社)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사회 입문을 앞둔 이들에게 공동체의 역사와 전통, 공동체의 규범과 표준화된 기제(機制) 등을 전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 입문을 앞둔 신참들이 공동체에서 강제하고 승인하는 ‘표준’과 ‘정상의 범주’에 부합하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주체를 형성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전설에서 비극적 파국을 맞이하는 인물을 통해 구현되는 것은 집단의 동일성이나 표준화된 기제에서 벗어난 ‘차이’가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보여 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설의 연행과 전승에 참여한 이들은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적 규범과 정체성에 걸맞는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전설이 단순히 유희의 차원에서 이야기의 미적 자질을 즐기거나 누리는 목적을 넘어, 공동체의 유지와 존속, 집단적 결속 등에 이바지하는 사회문화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원전

최상수, 『한국민간전설집』(통문관, 1958)
진성기, 『남국의 전설』(일지사, 1968)
현용준, 『제주도전설』(서문당, 1968)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임석재, 『한국구전설화』(평민사, 1987~1993)

단행본

장덕순 외, 『구비문학개설』(일조각, 1971)
조동일, 『인물 전설의 의미와 기능』(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1979)
최래옥, 『한국구비전설의 연구』(일조각, 1981)
임재해, 「전설과 역사」(『한국문학연구입문』, 지식산업사, 1982)
강등학 외, 『한국구비문학의 이해』(월인, 2002)
천혜숙, 『전설의 민속학』(민속원, 2021)

논문

강진옥, 「구전설화유형군의 존재양상과 의미층위」(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6)
김영희, 「비극적 구전서사의 연행과 '여성의 죄'」(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신동흔, 「역사인물담의 현실대응방식 연구」(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3)
천혜숙, 「전설의 신화적 성격에 관한 연구」(계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7)
관련 미디어 (3)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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