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담 ()

구비문학
개념
동물이 등장하는 사건이나 동물의 유래와 특성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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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동물담은 동물이 등장하는 사건이나 동물의 유래와 특성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동물의 유래나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의 이야기, 인간의 특성이나 삶의 여러 국면을 동물에 빗대어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의 이야기,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상호 작용에 관한 사건과 상황을 주요 내용으로 삼는 이야기, 신화적 맥락에서 신성을 표상하는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정의
동물이 등장하는 사건이나 동물의 유래와 특성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의 이야기.
전승 및 채록

동물담(動物談) 중에는 고려 후기의 패설집인 이인로『파한집』, 최자『보한집』, 이제현『역옹패설』 등의 자료집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주인을 위기에서 구한 「의로운 개」에 대한 이야기등이 있다. 조선시대 각종 패설집과 다수의 야담집에도 동물담이 실려 있으며, 조선 후기 고소설 작품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소설적 구성을 갖춘 형태로 발달한 서사물들이 존재한다.

구전 이야기 중에는 신화적인 성격을 지닌 이야기에 신성을 표상하는 동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고, 지역 내 특정 지형이나 지명, 인물에 관한 이야기로 전승되는 '전설'의 성격이 강한 이야기들이 있다. 또한 그밖에 인간과 동물 사이의 은혜와 보은에 관한 이야기, 인간과 동물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류하는 이야기, 인간이 동물로 변신하는 유형의 이야기 등 다수의 다양한 동물담이 구술 연행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내용

동물담은 동물이 등장하는 사건이나 동물의 유래와 특성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가리킨다. 동물담은 동물의 유래나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의 이야기, 인간의 특성이나 삶의 여러 국면을 동물에 빗대어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의 이야기,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상호 작용에 관한 사건과 상황을 주요 내용으로 삼는 이야기, 신화적 맥락에서 신성을 표상하는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동물담을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정의하면, 신화, 전설, 민담 가운데 다수의 이야기가 동물담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군 신화」에도 곰과 호랑이가 등장하며, 『삼국유사』에 수록된 「호랑이 처녀」 이야기나 「원광법사가 서쪽으로 유학을 떠난 이야기」 등에서 호랑이와 여우 등의 동물이 등장한다. 또한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에도 나무꾼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슴이 등장하고, 「여우 누이」 이야기에도 형제들을 잡아먹는 여우가 등장한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童話)에는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로 동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 중에는 유적 존재로서의 사람과 다른 종의 형태로 등장하는 동물의 의미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신성 표상을 드러내는 존재로 해석해야 하는 사례가 있다.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가 그러하고, 그밖에 사람이 호랑이로 변신을 하는 「효자 호랑이」 이야기의 호랑이 같은 캐릭터도 이와 같은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동물의 상당수는 생태적 존재로서의 동물 그 자체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그밖의 대부분의 경우 인간의 행태나 정서를 의인화(擬人化)하거나, 인간의 삶과 인간 생의 제 국면을 알레고리(allegory, 우화)로 표현하는 수사적 장치 가운데 하나로 동원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담의 유형 가운데 하나는 유래담(由來談)이다. 유래담으로서 동물담은 동물의 특징이나 행태가 어떤 원초적 사건에서 비롯되었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예를 들어 「호랑이 담배 피던 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다 털을 태워 호랑이 털이 얼룩덜룩하게 되었다.’는 호랑이 형태의 유래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동물담의 다른 유형 가운데 하나는 의인화의 기법이나 알레고리의 기법을 동원한 경우다. 예를 들어 「이솝우화」에 포함된 이야기들이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 예에 해당한다. 「이솝우화」에 수록된 이야기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은 「사자와 여우」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사자는 자신이 병에 걸렸으니 동물들에게 병문안을 오라고 하고 사자의 병문안을 간 동물들이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 마침내 여우의 차례가 되었을 때 여우는 사자의 동굴 안으로 들어간 동물의 발자국은 있지만 나온 발자국은 없다며, 자신은 사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사자에게 병문안을 가서 잡아먹히는 동물이 없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 이야기는 20세기 초반부터 한국에 전래되어 1920년대에는 『어린이』, 『신소년』 등의 잡지에 소개되었고, 그 이후 여러 지역에서 구전 이야기의 한 유형으로 구술 연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 외국에서 전래된 것이 아닌 한국 재래의 이야기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들 이야기 역시 의인화와 알레고리의 기법으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오만함 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동물담의 한 유형은 신화의 흔적을 짙게 안고 있다. 상당수의 동물담은 이와 같은 신성 표상으로서의 동물 이미지를 신화의 흔적으로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전승되는 구전 이야기 가운데 상당수의 작품에 호랑이나 여우가 등장하는데, 이들 호랑이와 여우는 이야기 속에서 신성의 목소리와 의지를 대변하는 존재, 혹은 인간의 의지와 역량을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로 등장한다. 이야기 속 주인공 인물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주거나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또한 인간과 동물을 넘나드는 변신을 하기도 하고,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나 인간에게 중요한 선물을 증여했다가 인간의 금기 위반으로 자기 세계로 돌아가 버리기도 한다. 신성 표상으로서의 동물 상징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탈신화화, 탈신성화의 궤적을 거치다 보면 이야기 속 동물들이 신성과 세속의 두 가지 속성을 지니게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야기 속 동물은 조롱과 징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공포와 공경,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형제들을 잡아먹다 결국 징치당하는 「여우 누이」 속 '여우 누이'나 오누이를 잡아먹으려다 실패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의 호랑이가 바로 이와 같은 상징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의의 및 평가

신성 표상으로서의 동물은 동물담에서 조상이나 신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신화적 서사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다른 존재로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미분화의 상태를 상징한다. 신화는 질서화의 주제를 내포하는 서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질서화의 핵심 주제는 미분화에서 분화로의 진행이다. 세계가 구분되지 않았을 때 인간과 동물과 식물과 기타 자연 현상들은 모두 하나의 질서, 하나의 의지를 구현하는 미분화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신화적 관념에 토대를 둔 이야기에서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동물인가에 관한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 이르러 인간과 동물이 구분되고 신화적 세계가 의심받거나 회의되기 시작할 때 동물은 인간의 형상을 우의하여 인간 삶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인간 자신의 성찰과 윤리적 의식, 세계 인식과 세계 실천의 태도들을 대변한다. 때로 동물은 신이(神異)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고, 인간과의 관계에서 처벌과 징치를 행하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며, 반대로 징치와 처벌, 조롱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치우담, 후자의 경우 소화담의 형식을 취하게 되는데, 어느 경우에나 궁극적으로 비판하고 성찰하고자 하는 대상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동물은 인간 사회의 모순과 비정(非情), 부도덕성과 한계를 대리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동물담은 인도의 다양한 불전 설화(자카타)들에서 유래한 것들도 있고, 멀리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성경 속 이야기, 「이솝우화」 등의 근대 자료집 속의 이야기들에서 유래한 것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외래 전승의 이야기들 외에도 동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생태적 환경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들 가운데 하나이며, 이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이야기의 핵심 소재나 핵심 인물로 등장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문헌, 혹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 중에는 외래 전승의 이야기들도 다수 존재하지만 한국의 풍토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연행 및 전승 주체들이 자신의 생태적 세계 안에서 쉽게 접하고 만날 수 있는 대상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서술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참고문헌

원전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편 1-2(국립민속박물관, 2012)
임석재, 『한국구전설화』 1-12(평민사, 1987~1993)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구비문학대계』(1980∼1988)

단행본

장덕순, 조동일, 서대석, 조희웅, 『구비문학개설』(일조각,1971)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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