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이제현(李齊賢)의 시화(詩話) · 잡록집(雜錄集)이다. 1342년 관직을 그만두고 칩거하던 중 저술하였다. 그의 아들 이창로(李彰路)와 손자 이보림(李寶林)이 1363년 시문집 『 익재난고(益齋亂稿)』와 함께 경주에서 처음 간행하였으나, 현재 이 판본은 전하지 않는다.
계명대학교 소장본은 1432년 세종의 명으로 원주에서 간행한 중간본이다. 김빈(金鑌)의 발문에 따르면 간행한 지 오래되고 결락과 오류가 있어 세종이 문신에게 교정하고 베껴쓰게 하여 간행을 명했다고 한다.
4권 1책으로 목판본이다. 전집(前集) · 후집(後集) · 습유(拾遺) 3편, 총 113화로 구성되어 있다. 전집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논평 및 인물 일화이며, 후집은 경전과 사서의 내용, 중국 및 고려 문인들의 시문에 대한 비평이다. 습유는 저자의 시문 등이다.
이 책에는 고려가 원나라로부터 치욕을 당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 무신정권의 전횡을 폭로하고 그 폐단을 고발하고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고려 말기 문학론에 있어서 용사론(用事論)과 신의론(新意論)의 현황을 알려주는 여러 가지 시화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 판본은 조선이 개국한 지 40년이 지난 후에 간행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고려의 국왕과 원나라의 황제를 높이기 위하여 개행(改行)과 간자(間字)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고려시대 문집에서 자주 보이는 행초(行草) 글씨체를 혼용하였으며 같은 글자가 반복될 때에 ‘ 〟’ 기호를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