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음담설화」는 문헌 기록으로 전승되기도 하고 구술 전승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흔히 소화(笑話)로 불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연행 및 전승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로 일컬어진다. 흔히 음담패설(淫談稗說)이나 외설담으로 분류되는 이야기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대체로 조선 전기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나 서거정(徐居正)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송세림(宋世琳) 『어면순(禦眠楯)』과 성여학(成汝學)의 『속어면순(禦眠楯續)』, 강희맹(姜希孟)의 『촌담해이(村談解頤)』 등의 패설집(稗說集)에 실려 있다. 이들 이야기 중 일부가 19세기 이후 『고금소총(古今笑叢)』에 수록되었다. 구전되는 이야기들 중에는 이들 문헌 자료에 실려 있던 이야기가 다시 구전되는 것들도 있다.
「바보음담설화」는 대체로 바보 신랑이나 바보 사위가 첫날밤에 신부를 맞이하거나 기생집을 찾아가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성적 행위나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정보가 없고 경험이 전무하여 실수를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야기 속에서 바보로 그려지는 남성은 성행위에 나선 여성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하고, 성적 행위를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바보음담설화」는 대체로 남성 연행자들로 구성된 전승 집단 내에서 구술 연행되는 경우가 많으나, 일부 여성 연행자들이 이야기 연행과 전승에 참여하기도 한다. 문헌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대체로 남성 동성 집단, 곧 호모소셜(homo-social) 내에서 우스갯거리로 즐기는 음담패설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이들 이야기에서 바보 남성은 정상과 표준 범주 경계 내의 남성성을 수행하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젠더 정상성의 표준 범위를 벗어난 인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과도한 성적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중이나 장님이 등장하는 음담(淫談)의 서사 구성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바보 남성은 여성의 신체나 성적 행위, 혹은 남녀의 성기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전무하고 성적 행위와 관련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그는 누군가의 꾐에 넘어가거나 성적 행위의 상대 여성 혹은 남성 동성 집단 내에서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 된다. 그는 성적 행위를 통해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어야 하는 남성성의 역능을 제대로 실현해내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남성 동성 집단 내에서 비웃음거리와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를 향한 이와 같은 공격은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으로 그려지며, 이로써 바보 신랑이나 바보 사위는 정상 남성의 경계를 구성하는 젠더 정체성을 수행하지 못하는 비(非)-남성의 표상성을 지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