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숨겨 주었다. 그러자 사슴은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나무꾼에게 선녀들이 목욕하고 있는 곳을 일러 주며, 선녀의 깃옷을 감추고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선녀에게 깃옷을 보여 주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무꾼은 사슴이 일러 준 대로 선녀의 깃옷을 감추었다. 목욕이 끝난 다른 선녀들은 모두 하늘로 날아 돌아갔으나, 깃옷을 잃은 한 선녀만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무꾼은 그 선녀를 데려다 아내로 삼는다.
아이를 둘까지 낳고 살던 어느 날 나무꾼이 선녀에게 깃옷을 보여 주자, 선녀는 깃옷을 입어 보는 체하다가 그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승천한다. 어느 날 사슴이 다시 나타나, 나무꾼에게 하늘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릴 터이니 그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 선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일러 준다.
사슴이 일러준 대로 하늘에 올라간 나무꾼은 한동안 선녀와 행복하게 살았으나, 지상의 어머니가 그리워져서 아내의 주선으로 용마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간다. 이때 아내는 남편에게 절대로 용마에서 내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상의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호박죽(또는 팥죽)을 쑤어 아들에게 먹인다. 그러다가 뜨거운 죽을 말 등에 흘리는 바람에, 용마는 놀라서 나무꾼을 땅에 떨어뜨린 채 그대로 승천한다. 지상에 떨어져 홀로 남은 나무꾼은 날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슬퍼하다가 죽었다. 죽은 나무꾼은 수탉이 되어 지금도 지붕 위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울음을 운다.
신이담(神異譚)의 범주에 속하며 ‘금강산선녀설화’라고도 한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백조처녀설화(白鳥處女說話)’라 하여 범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나무꾼과 선녀」 설화는 가린의 『조선설화』(1898)에서 러시아어로 소개되었고, 다카하시 도우루 · 미와 다마키 등 일본인에 의해 상당수 기록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이 설화는 한일 공통의 이야기로 주목받아 조선총독부 관사의 벽화 이미지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임석재(任晳宰) · 손진태(孫晋泰)는 조선의 옛이야기 특징을 의식하며 시련 극복형이나 수탉 유래형 같은 자료들을 소개했으며, 최남선(崔南善) · 이능화(李能和) · 이광수(李光洙) · 방정환(方定煥) 등 당대 지식인들도 이 설화를 기록하여 보고하였다. 현재까지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및 『증편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 꾸준히 채록(採錄)되고 있다.
이 설화는 선녀 승천형 · 나무꾼 승천형 · 나무꾼 천상 시련 극복형 · 지상 회귀형(수탉 유래형) 등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또한 각편에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두레박 줄을 아내인 선녀가 끊어 버렸다고도 하고, 나무꾼이 천상의 시험을 거쳐 하늘에서 잘살았다고도 하며, 사슴 대신 노루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설화는 원래 몽골 등의 북방 민족 사이에서 이루어진 「조녀설화(鳥女說話)」가 점차 남쪽으로 내려와 중국으로 건너감에 따라, 중국 도교의 영향으로 신선 세계와 관련을 맺으면서 조녀가 선녀로 변이되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설화의 발단에 있어 몽골 · 시베리아(캄차카) · 하바로프스크 · 야쿠트 지방의 에펜 부족 등의 전승이 우리와 똑같은 것으로 발견된다. 또한 하나의 대륙 안에서 발생했으리라는 근거로, 이 계열 설화의 무대가 바닷가가 아닌 내륙 지방의 늪이나 호수 · 강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양에서 이 계열의 설화를 비교하면, 남편이 온갖 어려운 고비를 겪고 고생하며 하늘까지 아내를 따라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는 내용은 한국 · 베트남 · 보르네오 · 뉴헤브리데스에서 발견된다. 기타 유형은 남편과 아내가 대체로 하늘에서, 그러나 단란한 가정은 못 이루고 서로 헤어져 있으면서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내용[七夕說話]이다. 이 유형은 일본과 중국에서 보인다.
일본 · 보르네오 등에서는 하늘에 오른 남편에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주어지는데, 과제 해결 여부와 관계없이 남편은 별거(別居) 내지 추방당한다.
「나무꾼과 선녀」 설화의 전개는 동물의 보은, 금기(禁忌)의 파괴, 남편의 추적, 상봉, 남편의 지상으로의 귀환, 다시 금기의 파괴, 남편의 천상으로의 귀환 불능으로 이어진다.
등장하는 주인공의 후일담 형식으로 유래 설명의 기능까지 포함한 것은 한국 · 몽골의 경우이다. 대체로 하늘까지 따라온 남편과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 이 유형의 본래 모습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미 지상에서 혼인하여 자녀까지 둔 부부를 하늘에서 새로이 재결합시키는 과정은 사족(蛇足)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의 과제 제시는 지상에서의 혼인을 하늘에서도 인정받기 위한 절차가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수용된 이 설화는 전통적 의식인 ‘효’에 기반을 둔 내용으로 변이되고 있다. 천상 세계에서 잘살던 나무꾼은 홀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고 끝내는 처자와 이별한다. 이별의 원인도 지상의 노모가 오랜만에 나타난 아들에게 평소 즐기던 호박죽(또는 팥죽)을 끓여 먹이는 모성애로 인해 발생한 금기의 파괴이다.
이러한 과정은 처자보다도 부모를 섬겨야 한다는 효행적 관념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이다. 그리고 나무꾼이 수탉이 되어 하늘을 쳐다보며 지금까지 운다는 내용으로 발전한다. 이것은 노모에 대한 효행으로 빚어진 비극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천상에 두고 온 처자를 그리워하는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 천상 세계는 가난한 평민의 도피처이다. 혼인도 못한 나무꾼에게 천상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탈출구로 제시된다. 이때 남아 있는 부모는 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설화는 효 의식과 함께 그로 인한 인간적 갈등, 그리고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에 대응되는 강한 현실 의식을 보여 주는 설화이다.
「나무꾼과 선녀」는 동화뿐만 아니라 가요 · 웹툰 · 테마공원 · 연극 · 뮤지컬 등 현재까지 다양하게 변용되고 있으며, 학계에서도 가족 갈등 및 이주민 담론 · 한국어교육 · 비교문화 등의 분야에서 깊이 연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