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설화(將帥說話) 중 힘내기 계통은 주로 오누이가 나오므로 ‘오누이 힘내기 설화’라고 한 것이다. 주로 남한에 분포되어 전하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홀어머니가 힘이 장사인 아들과 딸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하루는 남동생(또는 오빠)과 누이는 한 집안에 장수가 둘이 있을 수 없으니, 둘 중에 지는 사람이 죽기로 하는 목 베기 내기를 하였다. 즉, 남동생은 하루 만에 굽이 3자 3치나 되는 쇠 나막신을 신고 서울까지 갔다 오기(또는 성 쌓기), 누이는 치마로 돌을 날라서 성을 쌓는 내기였다.
그런데 누이가 이기게 될 것 같으므로, 어머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하여 딸에게 뜨거운 팥죽을 가져다준다. 누이는 뜨거운 팥죽을 먹느라 일의 진행이 늦어지게 되었다(한편, 아들에게는 찰밥을 주었다).
그동안 남동생(오빠)이 서울까지 갔다가 돌아왔으므로(성을 먼저 쌓았으므로), 마침내 누이는 내기에 져서 죽게 되었다. 그 뒤 남동생(오빠)은 자기가 비겁하게 누이를 이긴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도 죽고 말았다. 한꺼번에 아들과 딸을 모두 잃은 어머니마저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고는 자결하였다.
지금도 딸이 쌓다가 만 성이 남아 있으며, 아들이 죽은 흔적도 남아 있다.
이 설화에는 남동생(오빠)의 서울 다녀오기와 누이의 성 쌓기, 어머니의 아들 편들기와 등장인물이 모두 죽는다는 4가지 부분이 골격을 이룬다. 이들 골격에서 변이가 일어나거나, 설화의 앞뒤에 이 설화를 보완하는 이야기가 결합 · 첨가되어 변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오누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힘센 장사가 되었는가, 그 힘센 장사는 구체적으로 역사상으로 어떤 인물인가, 그의 무술 수련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등에 따라서, 씨름판에 누이가 남장하고 들어가서 남동생(오빠)의 교만을 꺾는다는 「씨름 이야기」, 말과 화살 중 어느 것이 빠른지 속도 내기를 하다가 말이 늦은 줄 알고 죽였더니 뒤늦게 화살이 도착하여 장수가 후회하였다는 「말무덤 설화」, 남의 명당(明堂)을 빼앗아서 낳은 아들이 힘센 장사였다는 「빼앗은 명당에서 난 인물 이야기」가 결합하기도 한다.
역사상의 인물로는, 충청남도 부여에서는 이몽학(李夢鶴),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에서는 정여립(鄭汝立), 광주광역시에서는 김덕령(金德鈴), 제주도에서는 오찰방(吳察訪) 등으로 나타난다.
또 지나친 비극을 피하려고 죽는 사람이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경우, 내기에 패하는 것으로 끝난 경우, 무승부가 되는 경우, 심지어 내기 자체가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 등이 있다.
어머니가 탈락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는 누이가 스스로 희생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주인공 남매가 많은 변이를 일으켜서 형제, 부부, 청혼하는 남자와 열녀(烈女), 장사 두 사람, 딸과 며느리, 2명의 선녀, 남자 편과 여자 편, 2명의 신선, 2명의 보살(菩薩)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힘내기는 단시간에 끝내기(시간), 남보다 힘이 셀 것(힘들기), 먼 거리를 빨리 다녀오기 등의 예에 따라서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난다.
이들 변이는 충청도를 중심으로 하여, 충청도에서 멀어질수록 비극성이 약화되며, 대부분 한반도 남쪽에 밀집 · 분포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오누이 힘내기 설화」는 전설(傳說)의 분포 및 방향과 변이의 양상을 고찰하기에 알맞은 전설이다.
힘내기는 「창세가(創世歌)」에 나타난 미륵과 석가, 건국신화(建國神話)에 나타난 주몽과 송양왕, 탈해와 수로의 대결처럼 신화적 모티프의 계승인데, 이 설화는 패자인 누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전승 집단의 현세적(現世的) 질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다. 누이의 부당한 죽음에 대해 항변하거나 누이가 스스로 희생하는 변이들에서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회 문화적 시각의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