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시 진동(鎭東) 지역에서는 열녀비에 얽힌 전설로 전승되고 있으나, 다른 지방에서는 본격적인 민담으로 전승되고 있다.
현재 구전되고 있는 지역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일대와 충청북도 영동군 영동읍 일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일대이다. 진접읍에서는 이웃 고장인 장흥면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전래되고 있으나, 전설로서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지는 않다. 진동의 열녀비에 얽힌 전설은 중국의 『두양잡편(杜陽雜編)』에 실려 있는 설화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서, 비교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한 나무꾼이 아름다운 아내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나무꾼의 친구가 늘 그 부인을 탐내어, 어느 날 함께 나무하러 갔다가 그 나무꾼을 죽이고 태연하게 혼자 돌아와서 나무꾼의 부인을 돌보아 주다가, 마침내 자신의 뜻대로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후 아들 삼 형제와 딸 형제를 낳고 살았는데, 하루는 남편이 처마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혼자 웃으므로, 부인이 그 까닭을 따져 물었다.
남편은 이제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도 아내가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낙숫물 거품을 보니 친구가 죽을 때 입에 물었던 거품이 생각나서 웃었다.” 하면서, 전남편을 죽인 사실을 실토하였다. 부인은 곧 이 사실을 관가에 알려 처형하게 함으로써 전남편의 원수를 갚았다. 그리고 자기의 미모가 두 남편을 죽였으니, 어찌 살 수 있으랴 하고 자결하였다.
전남편에 대해서는 열(烈)이요, 재가한 남편에 대해서는 불열(不烈)이기 때문에 「열불열녀 설화」라고 한다.
중국 설화와 비교 연구한 결과, 중국에서 전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였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들을 보면, 분포에 있어서는 경기도 이남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자료의 민담적 성격으로 보아 거의 전국적일 가능성이 있다.
나무꾼이 죽을 때 거품을 내면서 죽었고, 그 죽음을 낙숫물 거품을 통하여 회상하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화소(話素)는 ‘거품’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자료에 따라서는 거품 화소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만 비 오는 날 회상에 젖었다가 살인한 사실을 발설하게 된다는 공통성을 지닐 뿐이다.
구비 설화의 경우 각편에 따라 부인이 남편의 친구에게 개가한 것이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도적이었다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생활고나 애정 때문에 개가한 경우도 적지 않다. 결말에서 여인이 후부(後夫)를 죽이며 그 사이에서 낳은 자식까지 죽이고 자결하는 경우, 여인이 후부를 죽이자 그 자식이 어미를 죽이는 경우, 여인의 죽음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모두 있다.
문헌 설화에 반해 구비 설화에서 다양한 변이형이 존재하는 것은 문헌 향유층이 등장인물과의 신분적 거리만큼 사건과의 거리감을 유지하며 문자로 전승한 데 반해, 구비 설화의 향유층은 일상에서 발생 가능한 사건으로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삶에서 인물들의 행위를 평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설화에는 부인이 남편의 원수를 갚는다는 사실은 열녀라고 칭찬할 만하나, 목적을 위해서 남편을 죽인 자에게 개가까지 한 것은 불열이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는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하지만 과부의 수절이 인간 본성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의식도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부부 생활에서 현재의 행복을 뿌리치고 복수를 행했다는 데에서 인간 보편적인 신의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는데, 전남편에 대한 죄책감이나 신의 때문에 후부를 죽인 것이지 이를 열 이념의 실현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