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식경설화(不識鏡說話) · 부처송경설화(夫妻訟鏡說話)라고도 불린다. 문헌 설화(文獻說話)는 홍만종(洪萬宗, 1643~1725)의 『명엽지해(蓂葉志諧)』에 「부처송경」이 있고, 구전 설화(口傳說話)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변이를 보이며 분포되어 있다.
산골에 사는 한 여자가 서울 시장에 보름달과 같이 생긴 둥근 청동 거울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거울을 한번 보기를 원하였으나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서울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그때가 보름이었다. 그녀는 거울이란 말을 몰라서, 남편에게 서울에 가서 저 달처럼 생긴 물건을 사 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남편이 서울에 도착하여 달을 보니 반달이 되었다. 그러므로 서울에 도착한 남편은 반달을 보고, 아내(그녀)가 원한 것이 빗인 줄 알고 빗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남편에게 보름달을 가리키며 자신이 원한 것이 빗이 아니라고 하자, 그는 서울의 달과 시골의 달의 다름이 괴이하다고 하였다.
그 후 남편이 다시 서울에 가서 거울을 사 왔다. 아내가 거울을 보자 거울 속에 여자가 있었다. 평소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본 적이 없던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인을 데려온 것으로 오해하고 화를 내었다. 남편이 거울 속을 보니 웬 남자가 있으므로, 남편은 아내가 다른 사나이를 원하였던 것으로 알고 분노하였다. 그 일로 부부는 서로 다투다가 끝내 관가(官家)에 가서 송사했다. 그런데 원님이 그 거울을 들여다보니, 거울 속에는 관복을 입고 위엄을 갖춘 관원(官員)이 있었다. 원님은 그것을 보고 새로운 관리가 부임한 것으로 알고 놀랐다.
이 설화(說話)는 각편에 따라 서사의 여러 구성 요소에서 변이 양상을 보인다. 남편이 거울을 사 오게 된 동기는 아내의 요구에 의한 경우와 과거를 보러 갔던 남편의 자의(自意)인 경우 등으로 나타나는데, 예외적으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느 아들에게 누군가 선물하는 경우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놀라는 인물은 부인 · 남편 · 시어머니 · 시아버지 · 원님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결말 부분은 부부가 서로 다투다가 거울을 깨뜨리는 경우와 관가에 거울을 가지고 송사하러 가는 경우 등으로 나타난다.
이 설화는 불전 설화(佛典說話)에 근원을 두고 있다. 중국 후한의 한단순(邯鄲淳, 132~220년으로 추정)이 편찬한 『소림(笑林)』에 동일한 구조를 지닌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와 동일한 유형의 이야기로는 인도 승려 구나브리티[求那毘地]가 한자로 번역한 불경 우화집(寓話集) 『백유경(百喩經)』 권2에 수록된 「보협경유(寶篋鏡喩)」 이야기, 중국 승려 도략이 엮은 『잡비유경(雜譬喩經)』 권하(卷下)에 수록된 이야기가 있다. 『백유경』의 「보협경유」 이야기는 빚에 쪼들리다 도망치던 사람이 보물 상자를 발견하였으나, 거울로 된 뚜껑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놀라서 보물 상자를 버리고 달아난다는 내용이다. 『잡비유경』 수록 이야기는 술독에 비친 각자의 얼굴을 보고 서로 다투다가 술독을 깨뜨린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와 직접적인 관계를 보이는 외국의 설화로는, 청나라 때의 설화집 『소부(笑府)』에 실린 「오류설화(誤謬說話)」와 일본의 「송산경설화(松山鏡說話)」 등이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초승달 모양의 빗을 사 오라고 하였으나, 보름이 되었으므로 남편이 그 말을 잊고 거울을 사 오고, 그 거울에 비친 얼굴들로 인하여 부부간에 소송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중국 · 일본 등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전승되는 변이 형태들이다.
이 설화는 거울에 비친 가족들의 얼굴 인식의 방법을 통하여, 가상과 실상의 혼란에 빠진 존재의 어리석음 및 그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진리를 인식하는 과정과 지혜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런 의미가 소화적(笑話的) 기법에 의하여 전개된다는 점에서 문학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