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극담』은 저자의 문집인 초간집 『청파집』 제2권에 수록되어 있다. 이육의 아들 이험(李嶮)이 1512년(중종 7)에 초간본 『청파집』을 처음 편찬할 때 권 2에 수록되었는데 17세기에 중간될 때는 삭제되었다가 그의 후손 이노선(李魯善)이 1853년(철종 4)에 삼간본(三刊本)을 간행할 때 주로 소화(笑話)에 해당되는 18편의 이야기가 삭제된 채로 다시 수록되었다.
『청파극담』은 『대동야승(大東野乘)』에 수록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으나 『대동야승』본은 후대 필사된 것으로 초간본 『청파집』에 실린 작품과는 차이가 있다.
초간본 『청파극담』에는 95화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내용에 따라 나누면, 일화나 설화류는 84화, 야사류는 7화, 시화류는 1화, 변증류는 3화이다. 또한 삼간본에서 삭제된 18편이 대부분 소화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때, 『청파극담』은 서사적 일화, 그중에서도 소화적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제목의 ‘극담(劇談)’에서 보듯 저자는 사실 고증이나 역사 기록보다 서사성이 강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관심을 두었다.
먼저 이암(李嵒), 공부(孔俯), 하륜(河崙), 효령대군(孝寧大君), 양녕대군(讓寧大君), 허조(許稠), 최윤덕(崔潤德), 세조 등 여러 유명 인물에 얽힌 일화가 많고, 안유(安裕), 김덕생(金德生), 최운해(崔雲海), 유효통(兪孝通), 정창손(鄭昌孫) 등과 관계된 야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당시 유명했던 열녀(烈女)들에 관한 행적을 수록하고 있다. 이외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의 관복이나 목면, 베, 마의 유래 등에 대한 잡기(雜記), 김효성(金孝誠)이나 영순군(永順君), 그 밖의 다른 인물들과 관련된 소화(笑話)가 다수 포함된 것도 이 책의 내용상 특징이다.
선교사 게일은 1913년 『Korean folk tales: lmps, ghosts and fairies』에서 『청파극담』 소재 이야기 13편을 영어로 번역하였는데 그 이야기는 대부분 귀신담이다. 이는 『청파극담』의 89% 가량이 사대부 중심 일화인 것과 달리 번역자 게일의 취향과 관점에 따라 선택한 것으로 『청파극담』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이 책은 조선 전기 집권 사대부층을 중심으로 소재나 주제 면에서 자유로웠던 『필원잡기(筆苑雜記)』,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용재총화(慵齋叢話)』 등의 필기집이 유행한 상황에서 탄생하였다. 특히 왕이나 조정 관료, 사대부들의 일화뿐만 아니라 민간의 전설, 속신, 골계적 소화(笑話)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서사적 흥미와 비일상적 세계에 대한 관심, 웃음의 공유를 통한 현실 비판의 이야기는 조선 전기 필기집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또한 「조복」 · 「의상」 등의 내용은 민속학이나 복식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