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 6책의 국문 활자본이며, 일명 ‘사성기봉(四姓奇逢)’이라고도 한다. 97회의 장회 소설(章回小說)로 등장인물도 70여 명이나 되는 방대한 작품이다.
필사본으로는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임화정연기'란 표제로 139권 137책이 있었으나 분실되었다. 지금은 조선도서주식회사와 박문서관에서 발행한 6권 6책만 남아 있다. 이본으로 「쌍성봉효록(雙星奉孝錄)」이 있다.
내용은 임생(林生)이 화 소저 · 정 소저 · 연 소저 등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고 간신들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명나라 홍무(洪武) 연간에 이부상서 정현(鄭鉉)이 사직하고 낙향하여 딸 연랑(延娘)과 아들 연경(延卿)을 낳아 기른다. 정 상서의 부인 진씨(陳氏)의 남동생 진담(陳淡)에게는 백문(伯文)과 상문(相文)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백문은 얌전하나 상문은 성품이 방자하고 여색을 좋아하여 정 소저를 아내로 삼으려 한다. 정 소저는 임 처사(林處士)의 아들 임규(林奎)와 정혼했으나 상문은 둘의 혼인을 방해하려고, 간신 호 승상(扈丞相)과 모의하여 정 상서를 창주(昌州)로 유배시킨다. 정 상서를 옹호한 화 상서(花尙書) 역시 조주(趙州)로 유배된다. 그는 주 부인(朱夫人)과 딸 영아(永娥), 아들 원경(元卿)을 고향인 소흥부로 내려보내고는 배소로 간다.
한편, 정 소저는 강서안찰사(江西按察使)로 있는 고모부 주 어사(朱御史)를 찾아간다. 상문은 호 승상의 청으로 그의 조카딸인 호 소저와 혼인하고 음흉한 이 시랑(李侍郎)의 딸을 다시 아내로 맞이한다.
정 상서의 죽마고우인 이부시랑 연권(延權)은 슬하에 딸 영아(榮娥)와 아들 춘경(春卿)을 두었다. 상문은 연 소저를 취하기 위해 연 시랑을 절강(浙江)의 순무부사(巡撫府使)로 보낸다. 연 시랑은 절강으로 가던 중 병으로 신음하는 정 소저를 구하고 임 처사를 찾아갔다가 임생의 기상을 보고 청혼한다. 그러나 임 처사는 혼인을 강박할까 봐 아들과 함께 산으로 피신한다. 연 소저는 정 소저의 시비 가월의 도움으로 주 어사에게 몸을 의탁하여 정 · 화 · 주 세 소저들과 함께 자매처럼 지낸다.
상문이 부인 호씨의 발악을 못 견뎌 독살시키자, 호씨가 호 승상의 꿈에 나타나 신원(伸寃)을 호소한다. 호 승상이 황제께 아뢰어 상문을 잡아들이자, 상문은 죽음을 면하려고 호 승상과의 모역(謀逆)을 고한다. 이 일로 호 승상은 처형되고 상문은 북해로 유배 가고 정 상서는 풀려난다. 이때 황제가 죽고 성조황제(成祖皇帝)가 즉위하여 연 시랑 · 화 상서의 귀양을 풀어주고 복직시킨다.
임생은 '등허자(鄧許子)'란 도사에게 무예를 배워 과거에 급제하고 한림학사가 된다. 그는 절강에 내려가 정 · 연 · 화 세 소저와 혼인하고 정 소저의 시녀 네 사람을 희첩(姬妾)으로 삼는다. 마침 북방에 전란이 일어나 임 한림은 자원하여 대원수가 된다. 임 원수는 진중(陣中)에서 상문을 만나 착하게 살기를 타이르고, 북호(北胡)를 항복시키고 회군하니 황제는 그를 남평후(南平侯)로 봉한다.
이 때 정 · 연 · 화 삼공의 아들들도 각기 벼슬에 올랐다. 정연경(鄭延卿)은 추밀부사, 연춘경(延春卿)은 이부시랑, 화원경(花元卿)은 예부시랑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천하태평하고 회혼(回婚)을 맞아 네 가문의 자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축하니, 임 승상의 부귀가 천하에 으뜸이다.
이 작품은 구성에 통일성이 있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인과 관계까 치밀하게 설정되어 있다. 인물 설정에 있어서도 선과 악의 상반된 인간형의 갈등에서 권선징악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배격하고 있다. 선과 악의 양면을 공유하는 인간형을 등장시켜 악인도 선인과 공존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사실적인 필치를 보여준다.
「임화정연」과 「쌍성봉효록」은 양자가 연작 소설이라는 견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