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11월부터 1907년 4월까지 『소년한반도(少年韓半嶋)』에 연재된 미완의 한문현토소설(漢文懸吐小說)로 작자의 처녀작이다.
주인공 김진사는 서울 명문의 후손으로 영랑(英郞)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재자(才子)이다. 한식날 동대문 밖으로 유산(遊山)갔다가 천연동(天緣洞)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고 미행하여 집을 확인한다.
상사병이 든 김진사를 위하여 종 의동(意同)이 꾀를 가르쳐, 김진사는 대부인에게는 병 치료차 피접간다고 핑계대고 천연동 집을 찾아가 주인노파에게 방 한 간을 빌려 유숙하기로 한 뒤 노파에게 진심을 토로한다.
그래서 그 아가씨의 이름은 홍운영(洪雲英)이며 이상서 정경마마의 몸종으로 노파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파가 매파로 나서 이상서 집에 가 운영을 달래 초파일에 천연동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받아오지만, 약속한 날 운영은 오지 않고 수수께끼 편지가 오는데, 김진사가 궁리 끝에 수수께끼를 풀고 즐거워하는 데서 미완인 채 끝난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궁녀와의 염정을 그린 작자 미상의 고전 한문소설 「영영전(英英傳)」을 바탕으로 「운영전(雲英傳)」·「춘향전」 등 우리의 전통 재자서(才子書)의 영향도 함께 아우른 아류작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이해조의 문학이 이인직(李人稙)과 달리 전통적 교양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재자서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인간해방의 염원이 그의 계몽사상에 기초가 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