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6종의 이본이 소개되어 있는데, 표제는 ‘소씨전’ · ‘소부인전’ · ‘장한림전’ · ‘완월루’ · ‘조생원전’ 등 다양하다.
김기동(金起東) 교수는 「소씨전」을 「조생원전」의 번안작으로, 「장학사전」을 국내를 배경으로 개작한 작품으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조생원전」은 「소씨전(장학사전)」을 저본으로 삼아 구활자본으로 간행한 것이며, 「장학사전」의 배경은 모두 중국이다.
이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 · 김동욱(金東旭) · 사재동(史在東) 소장 국문 필사본과 신구서림 · 회동서관에서 간행한 구활자본이 있다. 구활자본 이본으로 「조생원전」(신구서림, 1917)과 「완월루」(유일서관, 1912; 한성서관, 1917)가 있으며, 내용상 적강 구조가 탈락되었다. 다만, 구활자본 소설도 작품의 의미를 생성하는 본질적인 서사는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과 박순호 소장본은 이본이 아니라 별개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병부상서 장희의 아들 혜랑(惠郞)은 외숙에게 의탁해 살던 소 소저(蘇小姐)에게 연정을 품고 부모 몰래 혼례를 치른다. 혜랑은 과거에 급제해 한림학사에 제수되지만 혼인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황제가 자신의 외손녀와 혼인할 것을 명하자 고민에 빠진 장한림은 병이 든다. 부모 몰래 혼인한 것을 안 부친은 몹시 노하지만 아들의 병이 위중하여 소 소저를 며느리로 맞아들인다. 장한림은 황제의 외손녀 후주(后主)와 혼례를 치르지만 소씨만 사랑하고 후주는 박대한다. 이에 후주는 소씨의 아들을 죽인다. 그러나 소씨는 다시 아들 면경을 낳는다. 후주는 장한림의 부친과 누이가 집을 비운 사이 장한림에게 개심단(改心丹)을 먹여 자신만을 사랑하도록 만들고 소씨를 모함하여 쫓아낸다.
쫓겨난 소씨가 물에 빠져 죽으려 하는데 이 때 유 어사가 소씨를 구하여 수양딸로 삼는다. 이후 소씨는 윤경(면경의 동생)을 낳는다. 장한림의 부친은 집에 돌아와 소씨가 흉계에 의해 쫓겨난 사실을 밝혀내고 후주를 후원에 가둔다.
아들과 아내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장한림은 아들 면경과 소씨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회심정을 찾는데, 이 곳에서 둘째 아들 윤경을 만난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사이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 이후 윤경이 아버지를 찾아 서울에 왔을 때 비로소 장한림은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장한림은 소씨를 찾아가 사죄한다. 소씨가 장한림과 후주를 용서하고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이 작품은 혼인 전에는 장한림과 소씨의 인연 맺음을 다룬 애정 소설의 면모를 보이다가, 혼인 후에는 처와 사혼처(賜婚妻)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즉, 왕가(王家)와 벌열(閥閱)의 갈등을 반영하는 동시에 일부다처제의 모순을 다룬 가정 소설의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후주가 소씨를 모함하는 대목은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와 유사하며, 이광사(李匡師) 일가가 지었다는 「소씨명행록(蘇氏名行錄)」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한림과 결연하는 과정, 남편을 대하는 태도, 후주에 대한 관용 등에서 소씨가 보여준 당당한 자세는 새로운 여성상의 창출이라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