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활자본. 명문거족인 장공의 아들 혜랑은 학문에 더욱 정진하고자 경성에서 시골로 내려간다. 시골에는 몰락 양반의 후손인 유동녕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유동녕에게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난리통에 동생까지 잃은 생질녀 소씨가 있었다.
하루는 혜랑이 소씨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소씨의 자색에 흠모의 정을 느껴 유동녕에게 혼인을 청하여 뜻을 이룬다. 부모 몰래 함께 동거하던 중 혜랑은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를 하였는데 왕은 외손녀인 후주와 혼인시키고자 한다.
이에 혜랑은 병석에 눕게 되고, 혜랑의 누이 장소저가 나서서 소씨를 불러 며느리로 삼게 한다. 후주는 혜랑이 기혼자인 줄 알면서도 끝내 우겨 혜랑과 혼인한다. 그러나 후주는 교만함과 방자한 성격 때문에 집안의 모든 사람들과 불화한다.
그러던 중에 소씨가 득남하자 이를 시기한 후주는 아기를 죽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후주의 신분 때문에 어쩌지 못한 채 경계만 한다. 장공이 함경 감사로 떠나고 소씨를 후대하던 장 소저마저 출가하자, 후주는 측근들과 계략을 꾸며 마침내 소씨를 쫓아낸다.
소씨는 강물에 뛰어들었으나 유어사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지고 잃어버린 동생도 찾게 된다. 마침내 장공이 함경도 감사의 직임을 마치고 돌아오고, 그간에 일어난 일들의 진위를 가려낸다. 혜랑은 자신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소씨를 찾으러 떠난다.
극적으로 소씨를 만나 지난 일을 백배사죄하니 소씨가 용납하여 함께 경성으로 올라온다. 후주와 후주의 측근들은 중벌을 받아야 하였지만 소씨의 관대함에 용서되어 다시 살게 되니 모든 사람들이 소씨의 인자와 현덕을 칭송한다.
이 작품은 철저히 권선징악과 복선화음(福善禍淫: 착한 이에게는 복이 오고 못된 사람에게는 화가 옴)을 표방하고 있으며, 연대기적인 순차적 구성을 하고 있고 또한 구조면에서 조선시대 귀족적 영웅소설의 유형구조를 계승하고 있어 고전소설의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사건의 전반적인 전개나 배경설정, 등장인물 등에서 「사씨남정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보인다. 그러나 고전소설 일반에 비하여 우연성의 개입이 많이 배제되어 있고, 소재로 한 여인이 현실적인 삶을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근대적인 지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