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연록」은 조선 후기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화천흥과 유 소저의 혼인을 중심으로 여러 가문이 얽혀 벌어지는 결연과 가정 내의 쟁총과 애증이 줄거리를 이룬다. 이본은 4종이 있으나 완질이 없고, 모두 일부의 내용만 남았다. 이 소설은 「창선감의록」에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으며, 「화씨충효록」과는 연작 관계이다. 「제호연록」 앞부분에 「화씨충효록」의 후반부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 있어, 「화씨충효록」의 후속편으로서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국문 필사본(筆寫本). 낙질본(落帙本). 1책.
현전(現傳)하는 「제호연록」 이본은 4종이다. 모두 낙질본(落帙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 2종(51장 본, 82장 본),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84장 본)과 단국대도서관 소장본(77장 본) 각각 1종이 있다. 낙질본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내용은 많지 않으나 이야기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상당히 긴 분량의 작품인 것을 알 수 있다.
4종의 이본 중 장서각 소장본(51장 본)이 「제호연록」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편에 대한 정보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한, 「제호연록」의 이본 내용 대부분이 화천흥과 유 소저 (장주) 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장서각본에서는 유사마가 천흥에게 종형(從兄) 화성흥의 비명횡사(非命橫死)를 알려주는 데까지 「화씨충효록」에 나왔던 이야기이며, 새로운 장면은 유 소저를 절제(節制)하고 다른 여인을 배필(配匹)로 들이려는 천흥의 심리 묘사와 천흥이 유성희의 집에서 창녀(娼女)들을 기롱(欺弄)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장서각 소장 51장 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승상(丞相) 화진의 장자(長子) 천흥의 소개와 함께 천흥이 화예의 양자(養子)가 되고 화예는 천흥을 매우 아낀다. 천흥과 유 소저(장주)가 정혼(定婚)하고, 천흥은 유 사마의 부인 양아공주의 성품이 굳세고 투기(妬忌)가 있음을 꺼린다. 유 사마의 첩(妾) 취란이 작란(作亂)한 일, 유 사마가 혼미(昏迷)하여 양아공주와 유 소저를 내쫓고 윤 총재(冢宰)가 유 소저를 구해 화부(花府)로 데리고 오는 일, 남장하고 절에 의탁해 있던 양아공주를 화진이 구해 화부에 은신시킨 일, 천흥이 성 상서(尙書)의 아들 성치와 양아공주를 몰래 훔쳐보고, 양아공주가 위 승상 부인을 옳게 여기는 것을 보고 투기가 있음을 불평하는 일 등이 제시된다. 홍영이 유 소저의 유모 춘운에게 천흥의 행실을 말하는 대목에서 필사(筆寫)가 중단된다. 다음 장에 "제호년녹 원감쇼셜 뎨팔, 풍뉴호구인듕하숙여가인ᄌᆡ봉회"라는 제목에 다시 필사가 이어지지만, 앞부분과 연결되지 않는다.
국립중앙도서관본에서는 오랑캐가 침입하자 유 사마가 출전하게 되는데 출전 전 천흥과 유 소저(장주)를 혼인시켜 천흥에게 유부(柳府) 일을 맡기고 싶다고 한다. 양가(兩家)에서 혼례를 준비하는 데서 필사가 끝나고, 장(張)을 나누지 않고 "뎨호연녹원감소셜 권지이, 풍뉴호구인즁화 슈여가인ᄌᆡ봉회"라는 말을 적고 바로 혼례 장면으로 이어진다. 유 소저가 천흥과의 잠자리가 방탕(放蕩)한 것을 보고 앞일을 걱정하고 천흥은 혼인한 지 며칠 후에 기생(妓生)을 불러 놀다 윤 부인에게 질책당한다. 화 국공(國公)이 유 사마에게 보낼 편재를 대서(代書)하기 위해 천흥을 부르는 부분에서 필사가 끝난다.
단국대본의 주요 내용은 유 사마가 대첩(大捷)을 이루고 돌아오는 부분부터 유 소저가 천흥의 관계를 멀리하고, 천흥이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자 숙흥군과 취괴비의 아버지 최태서가 혼처(婚處)로 천흥에게 뜻을 두는 내용, 유 소저가 회임 중 천흥의 행패(行悖)로 복통을 앓자, 천흥이 유 소저를 극진히 간호하는 내용이 중심이 된다.
낙질(落帙)로 인해 중간중간에 1책씩만 남아 있어 전체적인 줄거리를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등장인물의 구성과 내용으로 볼 때, 「제호연록」은 「창선감의록」에 영향을 받아 후대에 창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창선감의록」은 조성기(趙聖期)의 작으로 추정되며, 「화진전(花珍傳)」,「원감록」이라는 제목으로도 유통되었다. 이복형제인 화춘(花瑃)과 화진(花珍), 화춘의 부인인 임 부인(林夫人), 화진의 부인인 윤 부인(尹夫人)과 남 부인(南夫人)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즉, 화씨(花氏) 문중(門中)에서 일어나는 쟁총을 둘러싼 음모와 결연으로 이루어진 가정소설(家庭小說)의 대표작으로서 후대에 널리 읽혀 왔다.
「제호연록」은 도학군자(道學君子)인 화진(또는 화형옥)과 동생인 승상 화태형, 그리고 임 부인, 윤 부인, 남 부인으로 이루어진 화씨 가문을 중심으로 하여 줄거리가 전개된다. 여러 가문이 얽혀 벌어지는 결연과 가정 내에서의 쟁총과 애증이 주를 이루고 있어 「창선감의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화씨충효록」-「제호연록」 연작은 전편에서 후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열어 놓고 있으며 후편의 존재를 예고하기도 한다. 또한, 후편에서는 전편의 내용을 요약한 후 이야기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합방식은 연작소설(聯作小說)에서는 흔치 않다. 특히, 화천흥은 가문을 유지하고 번창시킬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중심에 선 인물로, 혼인 전부터 혼인 후 자식을 낳은 후에도 갈등을 야기한다.
「화씨충효록」의 화진이 윤리적 인물이라면 화천흥은 가문과 유교 윤리보다는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다른 연작 관계를 띠고 있는 작품들이 전편에서 대체로 유교윤리를 내세우는 군자상을 그리고, 후편에서는 개인적 기질과 취향을 앞세우는 주인공이 중심을 이루는 것처럼 「화씨충효록」과 「제호연록」도 이와 같이 연작소설의 추세에 부합하는 소설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