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12월 『조광(朝光)』지에 발표되었다. 작자의 중기작품으로, 사랑과 예술에의 희구를 그린 소설이다.
실직한 뒤 고향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하는, 결핵때문에 그 곳 약수터에 와서 요양하고 있는 금주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얼마 못 살지도 모를 금주를 예술로 영원히 살리고 싶은 일념에서 그녀의 초상화를 그린다. 완성된 초상화를 기념으로 금주에게 주던 날, 금주는 자신이 약혼하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에 놀란 상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예술화함으로써 만족할 것 같던 심정이 사실은 애욕속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몹시 고민하는 상하에게 금주는 천한 계집인 자기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려는 그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였다고 고백하며, 그의 열정에 감복한 나머지 각혈을 한다.
그리고 또 흥분하면 각혈을 하게 되니 이후에는 자신의 생명을 위하여 영원히 잊어달라고 애원한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일시적인 예술적 감흥이나 정열이 목숨 그 자체를 생명으로 여기는 평범한 한 여인에게 어떠한 작용을 미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이 예술·생명 및 애욕의 갈등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더러 비현실적인 것으로 묘사되어 있기는 하지만, 농도 짙은 서정과 세련된 기교가 작품에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