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조선문단(朝鮮文壇)』 1월호에 이광수(李光洙)의 추천으로 발표된 작가의 등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22년부터 3년간 전라남도영광중학교(靈光中學校) 교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쓴 소설로, 어느 시인이 마침 계룡산에서 수양 중인 이광수에게 보인 것이 계기가 되어 추천을 받게 되었다.
이에 앞서 「팔삭동(八朔童)」(『자유예원(自由藝園)』, 1923)이라는 단편이 발표되었으나, 「추석전야」가 최초의 본격적인 창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얼리즘의 미학에 바탕을 둔 이 작품은 목포의 어느 방직공장에서 여공원으로 일하는 영신(瑛信)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영신은 추석을 앞두고 딸애의 수업료와 땅세를 내어야 하고, 또 아이들에게 옷도 사주어야 한다. 또 흰쌀 한 되도 사서 늙은 시어머니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차려주려면 공장에서 받은 품삯으로는 어림도 없다. 별수 없이 공장에서 부상당한 몸을 가누며 몇 밤을 지새워 바느질품으로 겨우 일부를 보탠다.
그런데 땅주인이 공장 품삯 5원(圓) 중에서 50전만 남겨놓고 가져가 버린다. 그러자 막막해진 주인공은 신세를 한탄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대성통곡하면서 나머지 50전짜리 은전을 던져버린다. 주인공과 온 식구가 함께 울부짖고 있는데 내버린 은전은 마당에서 추석 달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결구(結句)로 끝난다.
남매와 시어머니를 모신 가난한 과부(영신)의 딱한 처지를 실감이 물씬 나도록 박진감 있게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1920년대 한국 문학의 초기 리얼리즘의 전형적인 작품에 속한다. 특히, 이 작품이 리얼리즘 문학으로서 예술성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주인공의 기막힌 정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예리하고 감각적인 수사(修辭)가 뒤따르고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삯바느질로 지쳐 쓰러진 주인공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부인을 위로하려는 듯 희미한 달빛이 모기장 바른 창으로 새어들어오며, 박명(薄命)한 과부의 젖은 눈을 새벽별 하나가 들여다본다.”, “은전이 달빛을 반사하여 영신의 눈을 찌른다.”, “무심한 달빛은 영신에게 웃음을 보낸다.”, “막차가 처량한 소리를 지르고 달려온다.” 등의 묘사는 당시로는 엄두도 못 내던 빼어난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