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22㎝, 가로 224㎝. 2002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100명이 넘는 다수의 시주자에 의해 제작되어 통도사 만세루에 봉안되었던 작품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감로왕도는 주로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20세기 초 경상도 지역의 감로왕도 도상을 보여 주는 드문 예로서 주목된다.
상단에는 정면향을 한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측면향을 한 6여래가 합장을 한 채 구름 위 연화대좌에 서서 내영하고 있다. 왼쪽에는 관음 · 세지 · 지장보살이, 오른쪽에는 오색번(五色幡)을 든 인로왕보살과 영혼을 모셔 갈 연꽃대좌를 받쳐든 천녀들이 구름을 타고 내영하는 모습이 묘사되었다. 이러한 상단의 모습은 18세기 감로왕도의 도상을 따른 것이지만 훨씬 형식화되었다.
여래 아래로는 중단의 제단 모습이 표현되었다. 삼신불번(三身佛幡)을 높게 걸고 그 아래 여러 가지 다양한 공양물과 모란꽃 등 19세기 중반 경기 지역 감로도의 도상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높게 쌓아 올린 음식이 마치 블록을 쌓아 올린 듯 기하학적으로 표현된 것은 시대적인 차이로 생각된다.
제단의 좌우로는 천막과 병풍을 치고 돗자리에 앉아 의식을 행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묘사되었다. 그리고 왕후장상과 선왕선후의 모습도 가지런하게 묘사되었다. 제단 바로 아래는 1쌍의 아귀(餓鬼)가 앉아 있는데, 커다란 발을 입에 물거나 양손으로 들고 있다.
중단과 하단은 간단한 선으로 구획을 지어 구분한 뒤 장면마다 주제를 적어 넣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하단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오른쪽 아래 그려진 지옥 장면이다.
펄펄 끓는 물속에 집어넣고 삶아 죽이는 확탕 지옥의 모습을 비롯하여 죄인의 몸을 쇠꼬챙이 꿰어 굽는 장면, 평상 위에 죄인을 올려놓고 몸에 못을 박는 장면, 판에 죄인을 묶어 놓고 볼기를 치는 장면, 손발이 묶인 죄인의 모습 등은 마치 시왕도의 지옥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쌍줄을 타는 광대의 모습이라든지 칼을 들고 싸우는 모습, 바둑 두는 장면, 주막 장면, 전쟁 장면, 불에 타고 뱀에 물려 죽는 장면 등 다양한 인간세의 장면들이 묘사되어 있다. 화면의 아래에는 수목과 산악을 청록 산수 기법으로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은 도상적으로는 18세기 감로왕도와 19세기 감로왕도의 도상을 응용하여 새로운 도상을 창출하였다. 하지만 음영법이 강하면서도 미숙한 인물 표현과 명도 높은 청색의 사용 등에서 19세기 말∼20세기 초 불화의 양식을 잘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