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시 제도사를 근간으로 사회 신분·사회 제도 및 정치·교육·농민 운동 등을 다룬 책이다. 1983년 일조각(一潮閣)에서 간행되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이 책은 전저(前著) ≪조선후기사상사연구 朝鮮後期思想史硏究≫와 더불어 내 삶의 열매이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결정물의 하나이다.
수록된 논문의 작성 연대가 1956년에서부터 1983년에 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시기의 논문에서 다루었던 주제나 그 대상 시기가 확대, 발전되어 나왔다고 하는 사실도 그와 같은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록된 논문은 총 12편에 달한다. 제1부는 ① <부곡(部曲)의 규모(規模) 및 부곡인(部曲人)의 신분에 대하여>, ② <고려시대의 서경(署經)에 대하여>, ③ <철령위고 鐵嶺衛考>, ④ <경재소론 京在所論> 등 고려시대와 조선 전기에 관련된 4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는 ⑤ <향청연혁고 鄕廳沿革考>, ⑥ <규장각고 奎章閣考>, ⑦ <조선후기 향교연구>, ⑧ <19세기의 향청>, ⑨ <조선시대 군주제도론(君主制度論)> 등 조선시대 관련 논문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3부는 ⑩ <동학군의 조직에 대하여>, ⑪ <헌병경찰제도의 성립>, ⑫ <태형고 笞刑考> 등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관련 논문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표제가 ‘제도사’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단순히 제도사적인 고찰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사회신분·사회제도 및 정치·교육·농민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부곡의 규모 및 부곡인의 신분에 대하여>이다. 이는 부곡민의 신분을 다룬 것으로서, 저자의 처녀작에서도 부정할 수 없었던 부곡천민설에 대한 전면적 수정을 가해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리고 <경재소론>·<향청연혁고>·<조선후기 향교연구>·<19세기의 향청> 등의 논문들은 지방 세력과 중앙 권력간의 관계에 대한 저자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이 방면의 개척적인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초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수집 노력과 분석에 의한 여러 가설들은 조선시대를 대상으로 하는 이후 연구들에도 큰 자극을 주었다.
그밖에도 책에 실린 여러 글들은 저자의 관심 영역이 사상사 분야만이 아니라 매우 폭넓은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각각 다른 시기에 쓰인 글들을 모은 것이지만, 저자가 각 논문들 모두에 첨삭·보정을 가해 내용을 충실히 하고, 또 시기별로 구분해 하나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논문집의 형태를 넘어서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나 자신의 회갑기념논문집이다.”라고 평가하였던 것은 바로 위와 같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최근 향약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그 가운데 기층민 조직에 천착하는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더해가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켜온 저자의 학문 여정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