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악부(思牖樂府)』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시집으로, 문집인 『담정유고(藫庭遺藁)』의 두번째권 「간성춘예집(艮城春囈集)」에 「상원이곡(上元俚曲)」과 같이 실려 있다.
‘황성(혹은 간성)’이란 충청남도 연산의 옛 지명으로, 김려가 1817년(순조 17) 연산현감으로 부임하여 1819년 사임할 때까지의 생활을 칠언사구의 악부시로 표현한 것이다. 모두 204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시에는 이해를 돕기 위하여 시의 내용에 대한 간단한 해설이 붙어 있다.
시의 내용은 목민관으로서의 일상생활 속에서 느낀 자신의 주변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 연산지방의 풍속과 주위의 유적지에 대한 묘사, 연산 부근의 경관을 유람하면서 쓴 시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흉년에 고통받는 농민들의 생활모습을 깊은 애정을 가지고 묘사한 시편이나, 대보름·단오 등 명절 때의 연산지방의 풍속과 유적 등을 읊은 시들이 그의 애민의식과 우리의 역사·풍속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
여기에 소재되어 있는 시들은 대개 자신의 생활주변에서 잡다한 개인적인 소재를 취하여 썼기 때문에, 온유돈후(溫柔敦厚)를 지향하여 정감과 제재가 한정되어 있던 이전의 한시와는 달리 소재가 대폭적으로 확장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의 시사(詩史)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한시는 점차 정형시로서의 견고한 틀을 벗어나 역사·풍속 등을 소재로 한 다량의 악부시가 양산되었던 바, 이 시들은 이러한 우리 문학사의 근대지향적인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는 중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