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 두었다가 먹는 나물이라 하여 묵은나물, 또는 묵나물이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진채(陣菜) 또는 진채식(陣菜食)이라고 한다.
묵은나물의 연원은 소채류를 시식하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근채류를 비롯한 산채류는 이미 선사시대부터 식용화 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묵은나물류 역시 그와 맥을 함께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묵은나물은 저장방식과 요리방식에 따라 붙여진 이름일 뿐 그 연원은 채식에서부터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묵은나물은 박·오이·버섯 등 각종 말린 채소와 겨우내 저장해 둔 콩·호박·순무·시래기·고사리·취나물·오이꼭지·가지껍질 등을 말려두었다가 나물로 삶아서 무친 것으로 정월 대보름날 오곡밥과 함께 먹는다.『동국세시기』에는 묵은나물을 먹으면 다가올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오늘날에도 정월 대보름이면 묵은나물을 절식으로 먹는다. 묵은나물은 추운 날씨에 열량을 돋우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봄의 미각으로 바뀌어 달래나 냉이 등의 나물류가 제 맛을 내기 시작한다. 묵은나물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서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는 해초를 말려두었다가 대보름에 나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묵은나물은 건강음식, 곧 웰빙음식이라 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시식하는 시절식, 그리고 명절에 맞추어 먹는 세시음식은 곧 건강식이다.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묵은나물이 제 맛을 내는 때는 역시 대보름을 전후한 시기이다. 달력상으로는 초봄이 되겠으나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아 열량 있는 절식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