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는 노동력이 완전고용 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경제활동인구(economically active population) 중에서 노동을 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갖지 않거나 갖지 못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여기서 경제활동인구란 생산활동가능인구인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하여 노동을 제공할 의사나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실업자는 다양하게 정의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고 최근 조사기간 1주 동안 구직활동을 하였으나 수입 있는 일을 하지 못한 자’로 정의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고 최근 4주간 구직활동을 하였으나 수입 있는 일을 하지 못한 자’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통계청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 중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고, 조사대상 주간을 포함한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보았으며, 일이 주어졌을 경우 즉시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구비된 사람과 일기불순, 일시적인 병, 자영업 준비, 직장대기, 구직결과 대기 등으로 구직활동을 실제로 하지 못한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업은 발생원인과 존재형태에 따라 자발적 실업과 비자발적 실업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자발적 실업은 일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재의 임금수준에서 일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자발적 실업은 직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실업인 마찰적 실업과 보다 나은 일자리를 탐색하면서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탐색적 실업으로 구분된다. 비자발적 실업은 일할 능력과 현재의 임금수준에서 일할 의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취업의 기회가 없는 실업이다. 비자발적 실업은 불경기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경기적 실업, 어떤 특수한 종류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 기술진보에 따라 노동대신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술적 실업으로 구분된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비자발적 실업이다. 협의로는 비자발적 실업만을 실업이라 하는데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완전고용을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실업자는 실업기간에 따라 장기실업자와 단기실업자로 구분된다. 장기실업자는 고용보험법에서 공공기관에 구직등록 후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는 자이고 단기실업자는 6개월 미만의 실업상태에 있는 자이다. 단기실업은 실업자의 인적자본의 손실이나 소득단절이 적기 때문에 재취업이나 손실보전이 용이한 반면, 장기실업은 소득의 차단으로 인한 고통 뿐 아니라 직무수행 기술 및 지식을 마모시키게 되어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업으로부터 탈출하기가 어렵다.
실업은 실업자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개인에게는 장기실업이 개인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신병리적 현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자존감손상·분노·수치심·열등감 등 심리적 불안, 무기력, 경제적 불안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업률이 높은 시기에는 정신병원 입원률, 자살률, 이혼률, 아동학대 등이 증가하기도 한다. 실업이 만연하면 정부의 조세수입이 감소하고 이로 인한 사업축소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수준 이하로 고용되는 불완전고용을 증가시킨다.
실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산업에서의 자동화는 필요한 노동자수를 감소시켰고,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가 성장해 일자리를 많이 필요로 하게 되었고, 과거와 다르게 더욱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등 구직 노동자 수의 증가는 실업률을 높이고 있다. 또한 제3세계 국가로 공장이 옮겨가는 추세 그리고 기술이 필요한 자리와 실업자가 가진 기술 사이의 부조화 등으로 인하여 구조적 실업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완전고용 사회에서도 최근 졸업자, 직장을 바꾸는 사람, 질병 치유 후 일을 찾는 사람 등 일부는 일시적 실직상태에 놓일 수 있어 많은 나라들은 실업자 비율이 노동력의 2∼3%를 초과하지 않을 때 완전고용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고용상황은 지난 1960년대 이래의 고도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완전고용에 가까웠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어서 ‘고용 없는 성장’으로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은 기업의 경력직 채용관행이 생기면서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고, 30대 이상 근로자도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구조조정 가능성도 높은 편이며, 급속한 고령화 속에서 조기퇴직이 일반화되면서 중장년층의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2009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3,997만 8,000명이고, 이 중 경제활동인구는 2,445만 6,000명이었다. 그러나 실업자 수는 93만 3,000명으로 실업률은 3.8%에 이른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사람,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이보다 4∼5배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청년실업이 문제인데 2008년 11월 기준으로 20대 고용률은 58.9%에 그쳐 젊은이 중 절반 정도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자발적 실업과 회사의 해고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비자발적 실업 중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비자발적 실업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한 실업급여 수급자도 증가하였다. 2008년 11월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9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은 2조 1,452억원으로 2007년 같은 기간보다 3,240억원 증가하였고 전체 수급자 수도 78만 1,885명으로 9만명(13.2%)가량 늘었다. 동 기간 권고사직, 계약만료기간, 구조조정 등에 따른 비자발적 실업자는 130만 6,000명에 이르러 같은 기간에 비해 18만 3,000명(16.2%)이 증가한 것이다.
1997년도 외환위기 이후 대량실업과 구조조정이 상시화 되면서 실업자정책이 중요한 정부정책으로 대두되어 왔고 정부는 1998년 이후로 막대한 예산을 실업대책 혹은 고용대책에 투입하게 되었다. 1998년의 경우 약 10조 707억원으로 당시 정부예산의 10%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미국발 경기침체로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9년 정부는 ‘3.19 정부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4조 9,000억원대의 추경을 통해 55만명(연간기준 28만명)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일자리 대책’을 확정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실시해왔다.
실업자가 되는 것이 과거에는 무능력하거나 회사가 휴·폐업하는 등 극히 단순한 이유였으나 요즘은 누구나 실업에 노출된 상태이다. 개인적으로 실업은 고립감, 우울감과 무기력감, 대인관계 회피 등 심리·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이는 가정해체, 범죄, 학대, 자살 등 사회문제로 전화되기도 한다. 국가적으로 실업문제 같은 고용불안이 지속되면 구조적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수요감소와 내수부진, 성장둔화의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일자리 대책 방향은 단순히 통계적으로 실업률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임기응변식 대책보다는 직업교육 및 상담 등 개인적 접근과 더불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보육 및 요양시설을 늘리는 등 정부주도의 공공부분 일자리 확대, 복지지출비용을 늘려 사회안전망 확충으로 내수기반을 확대해 장기적인 일자리 늘리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련주체들이 각 대상별·계층별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특화된 대책을 통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현재의 고용불안과 실업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