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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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갈등의 한 양상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개인차원의 이기주의가 지역이란 공간범주를 매개로 집단화되는 현상.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지역 이기주의는 지역갈등의 한 양상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개인차원의 이기주의가 지역이란 공간범주를 매개로 집단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1980년대 후반부터 언론이나 학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사용 빈도가 증가했다. 오늘날 지역 이기주의는 지역 내 혐오시설 설치를 배타적으로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과 지역 내 선호시설 설치를 무조건 요구하는 핌피(PIMFY) 현상으로 나타난다. 지역 이기주의는 민주주의 병폐라기보다는 높은 민주주의를 향한 과정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정의
지역갈등의 한 양상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개인차원의 이기주의가 지역이란 공간범주를 매개로 집단화되는 현상.
개설

지역이기주의(地域利己主義)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정확치 않다. 다만 각종 종합일간지의 신문기사 데이터베이스와 학술검색 데이터베이스를 참고해보면, 이 용어가 언론이나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그 사용빈도가 크게 증가하였다. 유사한 용어로 ‘지역주의’와 ‘지역감정’ 등이 있지만, 이들은 영남과 호남 사이의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갈등을 주로 지칭하는 고유한 의미를 지니는 반면, 지역이기주의는 지역경제 및 복지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구체적 이익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내용

지역이기주의는 광역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지역들 사이의 갈등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혹은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사이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지역이기주의 담론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다양한 이해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맥락에서 지역관련 이해와 관련되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6년부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직선제로 선출되면서 지역이기주의 담론은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계획에 따라 지역개발사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면, 지방자치제 이후에는 지역정부들의 독립적 권한이 커지고, 또 자치단체장의 소속정당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중앙정부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지역간 경쟁이 극심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이기주의는 이미 이전의 개발독재시기에서부터 잉태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성장위주정책과 선택적이고 집중적인 자원배분방식으로 인해 대도시중심의 편향적 발전과 경제적 소외지역을 낳았으며, 이러한 지역불균형의 조건이 민주화 이후 지역발전에 대한 폭발적 요구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역이기주의는 보통 혐오시설의 자기지역 내 설치를 배타적으로 반대하는 님비(NIMBY : Not In My Back Yard) 현상과 선호시설의 자기지역 내 설치를 무조건적으로 요구하는 핌피(PIMFY : Pleas IN My Front Yard) 현상으로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에는 화장장, 쓰레기소각장, 심지어는 임대아파트 지역내 설립 반대운동 등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공기업과 신공항 등의 지역유치운동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다. 사실 1990년대까지는 님비현상이 지역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논의되었으나 최근에는 중앙정부주도의 대규모 토목사업 등과 맞물려 핌피현상이 주된 관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이기주의는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배타적인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해석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현상의 이면에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의 무리한 사업추진, 소수집단에 대한 무리한 희생요구,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 등의 문제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그 부정적 어의(語義)에도 불구하고, 지역이기주의는 ‘주민을 배제하는 일방적인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하여 행정의 민주화를 요구하고 정책결정의 현실적합성을 제고하는 주민운동’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지역이기주의라고 비난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는 지역주민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의와 평가

오늘날 지역이기주의는 다양한 사회적 병폐를 낳는 부정적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역이기주의는 민주주의의 과잉이 아니라, 반대로 민주주의의 미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역화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다원성이 일반화된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이해가 지역갈등과 지역이기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다원주의가 자리잡고 있지 못하며, 보다 개방적인 경쟁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역이기주의는 민주주의 병폐로 이해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보다 높은 민주주의를 향한 지난한 과정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지역이기주의를 민주주의라는 가치 하에서 어떻게 순화시키며, 합의에 근접할 수 있는 제도적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참고문헌

『만들어진 현실: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박상훈, 후마니타스, 2009)
「지방자치시대의 지역갈등: 지역이기주의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조명래, 『지역사회개발연구』 21(1), 1996)
「지역이기주의의 개념정립과 극복방안의 제언」(원광희, 『충북리포트』 3(3),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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