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1934년 1월과 2월호에 발표된 후 1937년 [현대조선여류문학선집전경}에 수록되었다. ‘꺼래이’는 ‘고려’를 러시아식으로 발음한 것으로 러시아인이 조선인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다. 백신애는 1927년 초가을 원산에서 배를 타고 웅기를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 밀항하다가 검거되어 한 달가량 고생을 하고 추방된 경험이 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살기 힘들어 소비에트 러시아로 방랑하는 꺼래이들의 고통과, 고통 받는 이들의 민족을 넘어선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잡지 연재 당시에는 주인공이 자전적 인물 ‘나’ 였으나 단행본에 수록하면서 ‘순이’로 바뀌고 내용도 일부 달라졌다.
땅을 얻어 농사를 지으러 러시아로 갔다가 죽은 아버지의 유해를 찾기 위해 순이와 어머니 할아버지는 국경을 넘었으나 첩자의 혐의를 받아 억류되어 있다가 유해도 찾지 못하고 추방된다. 순이 일가와 함께 억류된 다른 조선사람들은 땅을 무상분배 받고 싶어 국경을 넘었다가 붙잡힌 것으로 그들도 추방되었다. 이들을 감시하는 러시아 군인 중 한 명은 ‘얼마우자’(러시아에 귀화한 조선인)인데 같은 조선 사람의 사정을 보아달라는 호소에 그는 “다 같은 조선 사람이라도 저 우에 있는 조선 사람들은 맘이 곱지 못하옵니 ...” 라고 할 뿐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인 쿨리는 추운 갑판 위에서 자기의 이불을 순이 일행과 나누어 덮고, 순이는 좁은 방안에서 유일한 이민족인 쿨리를 위해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며, 젊은 러시아 군인은 덧저고리를 가져다 주는 등 인정을 나눈다. 추방되는 과정에서 결국 순이 할아버지는 죽고 말지만 순이는 꺾이지 않는다.
‘꺼래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일제시대 고향에서 쫒겨나 이민족의 땅 시베리아를 떠도는 식민지 조선인의 고난을 중점적으로 그리면서도 단순한 자민족중심주의에 빠지지도 않고 당시 소비에트 러시아를 땅을 무상분배해 주는 곳으로 여기면서도 동시에 조선인을 일본인의 첩자 취급하는 곳이라는 점을 함께 드러낸 점에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