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부터 1977년까지 연작 형태로 발표된 총8편의 중ㆍ단편을 발표순으로 엮은 ‘연작소설집’(초판본의 표기)이다. 서술자 ‘나’가 작자로 간주되는 자전적 내용이며, 인물 중심의 회고적 서술이기에 제목에 ‘수필’이라는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
충남 보령시 대천2동의 관촌(冠村. 갈머리)에서 1941년에 태어난 작자가, 해방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새마을운동에 이르는 30여년 세월 동안에, 자기를 포함한 그곳 사람들이 겪어낸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라고 부르지만, 전쟁의 와중에 집안이 몰락하는 서술자 ‘나’가 바로 작자임이 밝혀져 있으며, 연작소설이라고 해도 꼭지들 간의 연결성이 적어서 그 형태와 구조가 특이하다. 한마디로 소설식으로 서술한 민중의 전(傳) 모음집에 가깝다.
이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은 대부분 농촌 서민이며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불행과 억압을 당해온 사람들이다. 서술자는 충청도 지역어를 구어체로 지문에까지 사용하면서, 그들의 수난과 인간적 아름다움을 그려내므로 그들 중 모자라 보이는 인물은 있어도 악인은 없다. 그는 이젠 파괴돼버린 농촌의 풍속과 농민의 순박함을 그리워한다.
서술자는 항상 작품이 발표된 1970년대 현재에서 대상을 바라본다. 따라서 그의 섬세하고 치밀한 ‘수필적’ 담화는 독재 정치와 산업화로 피폐해진 농촌 현실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는데, 대상이 과거적일수록 ‘잃어버린 고향 이야기’의 서정성과 상실감의 색채를 띠며, 현재적일수록 풍자의 색채를 띤다.
1970∼1980년대 ‘연작소설의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데,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전통을 살린 주체적 양식의 소설이다. 또 타락과 궁핍의 근원을 파고드는 새로운 형태의 농민소설이며, 지역의 언어와 삶에 충실하면서 보편성을 얻은 지역문학 중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시화로 인해 급격히 사라져가는 토속어와 속담, 격언 등을 풍부하게 살려 쓴 점이 높이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