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부터 1981년까지 발표된 9편의 소설을 발표순으로 엮은 연작소설. 각 작품의 제목이 모두 ‘우리 동네 〇씨’로 되어 있다.
농민들의 모습을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여 사건적 연결성은 적은 연작소설이다. 이장이 확성기로 정부 시책을 홍보하고 줏대를 가지고 살려는 ‘동네’ 사람들이 그에 맞서는 식의 농촌 풍경이 작품마다 되풀이된다.
서술이 초점자 역할을 하는 한 인물의 경험과 발언 위주로 이루어지며, 크게 몇 개의 장면 중심으로 전개되고, 대체로 결말이 첫 장면으로 되돌아가는 구성을 취했으므로 시간적이기보다 공간적인 형태의 소설이다. 충청도 지역어와 전통적 비유, 속담이 풍부하게 활용되며 산업화, 도시화로 치닫는 1970년대 현실이 전통적 공동체의 상징인 농촌사회를 어떻게 파괴하고 타락시켰는가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또 유신시대에 ‘국가’가 행한 폭력을 민중의 일상에서 섬세하게 묘사해 보여준다.
근대화가 경제적ㆍ문화적으로 농촌을 파괴하는 시대 현실을, 사건만이 아니라 공식어(표준어)와 비공식어의 대립이라는 언어적 갈등으로까지 제시한 소설로 평가된다. 농민의 모습이 저항하는 주체로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