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1월 중앙공보관에서 있었던 ‘김종영 장우성 2인전’에 출품한 8점의 조소작품 중 하나이다. 1958년에 제작된 「전설」은 작가 생전에 출판한 작품집에는「Work58-2」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제작방식은 철조 용접이다. 당시 조각가들이 책으로만 보아왔던 이 새로운 조형은 1957년에 있었던 ‘미국현대작가8인전’을 통해 당시 조각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에 자극받은 조각가들은 나름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시도’는 이 시기 추상에 대한 조각가들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철판을 오리고 용접한 부분의 거칠거칠한 자국이 마띠에르 역할을 하는 이 작품의 형상은 추상적이지만 기초적인 자연물의 형태를 상기시킨다. 나무와 가지 그리고 잎들과 같은 수목의 구성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좌우로 단단하게 고착된 형태는 산사의 일주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통으로서 나무에서 기원한 형태의 유비성(類比性)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감상자가 무언가 형태를 유추하게 되는, 낭만적 감정이 작품에 투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마치 공간에 듬뿍 먹물을 묻힌 붓을 휘둘러 글씨를 쓴 탓에 공간에 스며들어 파묵이 되고 획 좌우로 먹물이 튄 것과 같은 상황을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작가의 신체성이 작품에 드러난 결과이며, 철조 용접이 표면 마띠에르가 아닌 작가의 신체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채택되는 특이점을 지닌다.
김종영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여느 철조 용접보다 보관 상태가 좋은 편이다. 게다가 규모도 적지 않아 당시 작가의 기량을 확인하게 한다. 제작 당시의 미술계 유행과 전후 실존주의의 영향으로 철조 용접이 유포되는 과정을 유추하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김종영 장우성 2인전’에 전시됨으로써 학교에서 교수의 작품 제작방식을 보아오던 제자들에게 추상 용접조각의 실제를 보여줌으로써 한국 용접 추상조각의 선도작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