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조명해 온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분단과 냉전에 의해 한국에 억류되어 있던 남파 간첩들이 사상적으로 전향하지 않은 채 장기수로서 복역하다 남북 화해 무드 속에서 북한으로 송환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1992년 봄에 나(김동원)는 출소 후 갈 곳이 없던 비전향 장기수 조창손과 김석형을 내가 살던 곳으로 데려오는 일을 부탁받고, 그들에 대한 호기심과 낯설음을 동시에 느끼며 대면하게 된다. 이들의 송환에 도움이 되고자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촬영하고자 한 시도는 당국에 의한 체포로 끝나고 이를 계기로 그들과의 친밀함은 두터워진다. 전향자들 즉 한국이 고향인 장기수들과의 갈등이 있었지만,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과 함께 63명이 북한으로 송환된다. 북한의 자료화면으로만 볼 수 있는 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나는 생각해 본다.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결이 여전히 유효한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사상의 문제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간첩 혐의로 복역 중인 사람들 가운데 사상적 전향을 하지 않고 있던 비전향 장기수들은 한국 사회에서 발붙일 곳도 없이 고향인 북한으로의 송환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민감하지만 인권이란 면에서 모른 채 할 수 없는 현실에 카메라를 돌린 것이 이 작품이다.
남북의 화해 모드가 무르익던 2000년 9월에 송환 작업이 이루어지고,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 김동원 감독의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분단의 현실과 사상의 자유라는 커다란 문제를 관객들에게 제기하게 된다.
법이나 당국의 규제만이 아니라 의식 혹은 무의식적인 검열을 통해 금기시되어 온 북한 혹은 사상의 자유, 인권이라는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공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있었지만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진솔한 힘을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곳을 비추고 드러내는 역할로 이끌어낸 작품이다. 2004년 선댄스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에서 표현의 자유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