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각 세로 182㎝, 가로 164㎝. 석가모니의 일생 중 중요한 8가지 일화를 4장면씩 2폭에 나누어 그린 팔상도로, 화승 금운순민(錦雲洵玟), 봉규(奉奎), 긍법(亘法), 종현(宗現)이 1887년에 제작하여 경국사에 봉안하였다.
2폭으로 이루어진 경국사 팔상도는 화기(畵記)를 통해 1887년 금운순민(錦雲洵玟)과 봉규(奉奎), 긍법(亘法)과 종현(宗現)이 짝을 이루어 각 한 폭씩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석가모니의 일생 중 중요한 8장면을 내용으로 하는 팔상도의 첫 번째 폭은 도솔래의(兜率來儀) · 비람강생(毘藍降生) · 사문유관(四門遊觀) · 유성출가(踰城出家) 장면으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폭을 위 · 아래 두 장면씩 균등하게 분할하여 그렸으며, 두 번째 폭은 설산수도(雪山修道) · 수하항마(樹下降魔) · 녹원전법(鹿苑轉法) · 쌍림열반(雙林涅槃) 장면으로 첫 번째 폭과 같은 크기의 화폭을 좌로부터 균등하게 분할하여 그렸다. 화면을 분할해서 그리는 형식은 19세기 말의 나한도(羅漢圖)나 극락구품도(極樂九品圖)와 같은 주제의 불화에서 종종 보이는데, 경국사 팔상도는 두 폭이 화면분할 형식을 달리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채색은 붉은색과 녹색, 황토색을 주조색으로 하고 부분적으로 금을 사용하였으며,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첫 번째 폭은 두 번째 폭에 비해 인물을 작게 그리면서 공간감을 살린 반면, 두 번째 폭은 인물을 부각하여 표현하고 각종 모티프들이 화면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또한 첫 번째 폭은 각 장면에 등장하는 구름에 음영법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입체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두 번째 폭은 전통적 방식을 사용하는 등 두 폭이 각기 화풍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폭의 제작자가 다른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등장인물 중 사천왕의 모습은 머리에 쓴 관과 옷의 표현 등이 중국 명 · 청대 소설 삽화와 유사성을 보여 주목된다. 시주는 5인의 상궁(尙宮)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조선 말기 상궁들의 활발한 불사 후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폭으로 이루어진 경국사 팔상도는 한 폭을 넷으로 구획하여 8장면을 그렸는데, 두 폭이 서로 다른 화면분할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화풍에 있어서도 공간 구성과 음영법의 사용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경국사 팔상도는 상궁들이 후원하여 제작된 불화로 조선 말기 서울 · 경기 지역의 화려하고 섬세한 화풍을 잘 보여준다. 이 불화는 각 폭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할하여 그리거나, 음영법을 사용하고 중국 소설삽화의 인물 표현을 도입하는 등 19세기 말 불화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