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유고(東溟遺稿)』는 근대기 승려 동명 선지의 칠언절구·율시·산문 등을 수록한 불교 시문집이다. 동명 선지가 남긴 시(詩) 76편 99수와 문(文) 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문집에 실린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14수를 제외하면 모두 율시(律詩)이다. 내용은 주로 출가 수행자로서의 감회와 산수의 아름다움이며, 명리를 떠난 수행자의 내면, 산사의 공간이 자아내는 탈속의 정취, 산승들과 헤어질 때의 감회, 행각 중에 접하는 산수경물의 아름다움 등이 주류를 이룬다. 작품에서 시대에 초연한 수행자의 자세와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동명 선지(東溟善知, 생몰년 미상)이다. 속명은 김해은(金海隱)이다. 일제 강점기의 관보(官報)에 따르면, 1924년 5월 28일 순천에서 ‘시대와 사상’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고, 같은 해 불교 총무원이 보성고보(普成高普)를 인수할 때 총무 직임을 맡는 등 1930년대 초까지 불교 총무원에서 중책을 맡았다. 금명 보정(錦溟寶鼎)의 『다송시고(茶松詩稿)』에 1926년 9월 18일 지은 「김해은부범어사강원임별(金海隱赴梵魚寺講院臨別)」이란 시가 실려 있어 금명 보정과 친분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명진학교(明進學校)가 1930년 중앙불교전문학교로 승격한 후, 1931년에 잠시 동안 학감을 지내기도 하였다. 1920년에 순천 송광사에서 『조선불교사대강(朝鮮佛敎史大綱): 조선불교종파변천사론』을 편찬하여 간행하였다.
불분권 1책, 필사본. 책 크기 24.8×17.7cm. 발문이나 간기(刊記)가 없어 발행자와 발행지, 발행 시기 등은 알 수 없다. 원본은 동국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내용은 『한국불교전서』 제12책에 수록되어 있다.
시(詩) 76편 99수와 문(文) 5편이 수록되어 있다. 본서에 실린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14수를 제외하면 모두 율시(律詩)이다. 내용은 명리를 떠난 수행자의 내면, 산사의 공간이 자아내는 탈속의 정취, 산승들과 헤어질 때의 감회, 행각 중에 접하는 산수경물의 아름다움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송광사에서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제송대초당(題松臺草堂)」에서는 세상 명리와 물욕을 잊은 수행자가 임천(林泉)에서 맛보는 기쁨과 즐거움을 볼 수 있고, 「등광화문견별감풍류(登光化門見別監風流)」에서는 서울에서 기녀들을 동원하여 벌이는 요란한 시정 풍류에도 초연한 탈속의 경지가 잘 드러난다. 시제에는 송광사의 송대(松臺)를 비롯하여 호남의 여러 사찰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활동의 주요 거점이 이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의 배경 중 확인 가능한 호남의 사찰로, 전라남도 곡성군 동악산의 도림사(道林寺), 전라북도(현,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불명산의 화암사(花巖寺), 전라남도 고흥군 팔영산의 만경암(萬景庵), 전라남도 장흥군 가지산의 보림사(寶林寺) 등이 있다. 한편 산문도 5편 실려 있는데, 「천태암중수화문(天台庵重修化文)」 · 「자암등촉화문(慈菴燈燭化文)」 · 「만일회미타계화문(萬日會彌陀契化文)」 · 「대승암중수화문(大乘庵重修化文)」 · 「만일회동참계문(萬日會同參契文)」이 그것이다. 천태암(天台庵)은 전라남도 곡성군 아미산(峨眉山)의 천태암, 자암(慈菴)은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사의 자정암(慈靜庵: 佛日庵의 옛 이름), 대승암(大乘庵)은 순천시 선암사(仙巖寺)의 대승암을 각각 가리킨다. 이 중 「천태암중수화문」과 「대승암중수화문」은 사찰의 보수를 위해 권화(勸化)하는 글이고, 「만일회미타계화문」과 「만일회동참계문」은 만일염불회(萬日念佛會)에 동참하도록을 촉구하는 글이다. 따라서 산문 5편은 모두 승려로서 사찰의 건립이나 수행의 분발을 촉구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근현대기라는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승려의 시문집으로서, 시대의 파도에 초연한 수행자로서의 자세와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일제 강점기 한국 불교사의 단면과 호남 불교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