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 보정(1861~1930)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라는 격동기를 살아간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의 부휴계(浮休系) 승려이다. 보정의 자(字)는 다송(茶松)이었다. 그는 당대 송광사를 대표하는 학승으로서 선과 교의 다양한 흐름을 체험하여 선과 교, 염불의 삼문(三門)에 정통했다. 교육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역사와 계보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전통적인 학술 방식을 계승했다.
보정은 송광사를 세운 보조 지눌(普照知訥, 1158~1210)의 사상을 널리 알렸으며, 부휴계 중심의 조계종(曹溪宗) 정통론을 주장했다. 그는 『다송시고(茶松詩稿)』 이외에도 『다송문고(茶松文藁)』, 『조계고승전(曹溪高僧傳)』, 『저역총보(著譯叢譜)』, 『질의록(質疑錄)』, 『백열록(栢悅錄)』 등 다양한 종류의 편서와 저서를 남겼다.
『다송시고』는 일제강점기 순천 조계산 송광사에서 필사본으로 만들어졌다. 총 3편, 즉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송시고』 본서의 제1편(권1)에는 430편 582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제2편(권2)에는 306편 535수의 시와 「순치황제출가시(順治皇帝出家詩)」 1편이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다. 제3편(권3)에는 365편 465수의 시와 「영평시(永平詩)」 등 4편이 부록으로 들어있다. 『다송시고』에는 총 1,101편 1,582수의 시에 5편 5수의 시가 부록으로 추가되어 있다.
시는 형식상의 구별 없이 뒤섞여 수록되어 있는데, 다른 시에 화답한 수차시(酬次詩),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연 경관을 읊은 유행시(遊行詩), 현실에 대한 고민, 자의식, 시사(時事)를 다룬 것 등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제1편에서는 「정범해선사함장헌(呈梵海禪師凾丈軒)」, 「예의상대(禮義湘坮)」, 「참삼성영당(叅三聖影堂)」, 「화산잡영(華山雜咏)」, 「독보조국사비사(讀普照國師碑史)」, 「독백암선사(讀栢庵禪師)」 등의 시가 주목할 만하다. 천(天) · 지(地) · 일(日) · 월(月) · 산(山) · 해(海) · 운(雲) · 풍(風)에 대한 시도 있다.
「기해작우염일률각전(己亥作偶拈一律各殿)」은 보조국사설법전(普照國師說法殿) · 대웅전(大雄殿) · 대장전(大藏殿) · 화엄전(華嚴殿) · 불조전(佛祖殿) 등 12곳의 전각에 대해 읆은 12수의 시이다. 한편 『다송시고』에는 은적암(隱寂菴)를 비롯한 암자를 노래한 시 8수가 있어 당시 송광사의 구체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차를 좋아했던 저자의 취향이 반영된 다시(茶詩)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보정은 해남 대흥사(大興寺)에서 다도를 다시 일으키고 추사 김정희(秋史金正喜)와도 막역한 사이였던 초의 의순(草衣意恂, 1786~1866)을 존경하였다. 「전차(煎茶)」라는 시는 바로 이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을 읽었다고 밝힌 시로 격조 높은 차의 향기와 효능을 노래하고 있다.
제2편에는 「유장춘동차백파거사운(遊長春洞次白坡居士韻)」, 「독임하록유감(讀林下錄有感)」, 「예표충사(禮表忠祠)」 등의 시, 금명 보정의 법호와 법명 등 질문에 답한 「금명명(錦溟銘)」 · 「보정명(寶鼎銘)」 · 「다송명(茶松銘)」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3편에서는 「비행선(飛行船)」, 「불교신학생모집(佛敎新學生募集)」, 「보통교신학생모집(普通校新學生募集)」, 「송임서석진지경성(送林錫珍之京城)」 등 근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시들이 확인된다.
금명 보정은 송광사 부휴계를 대표하는 근대의 학승으로, 전통을 모으고 계승하는 데 평생 힘을 쏟은 승려이다. 그는 수많은 편저와 저작을 남겼는데, 『다송시고』는 그중 하나이다. 이 책은 1,100여 편 1,580여 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 저자의 서정적 취향, 교유 관계 및 활동, 시대 인식을 비롯해 당시 송광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