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 보정(錦溟寶鼎, 18611930)은 개항과 근대, 식민지의 격랑 속에서 살아간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의 부휴계(浮休系) 승려이다. 그는 당시 송광사를 대표하는 학승(學僧)으로서 선, 교, 염불의 삼문에 정통했고 교육을 통한 후학 양성에 앞장섰다. 또한 전통적 학술 방식을 이어 불교사를 집성했고, 『다송시고(茶松詩稿)』와 『다송문고(茶松文藁)』, 『조계고승전(曹溪高僧傳)』, 『질의록(質疑錄)』, 『백열록(栢悅錄)』 등 다양한 종류의 편 · 저서를 남겼다. 또한 그는 송광사 개창주 보조 지눌(普照知訥, 1158년1210)의 사상을 선양하며 부휴계 중심의 조계종(曹溪宗) 정통론을 주창했다.
조계산 송광사 다송실(茶松室)에서 1920년에 편록(編錄). 필사본 4권 1책.
보정(寶鼎)의 서문에 의하면 불교의 수많은 논소가 원본과 요약본이 다르고 저자의 이름을 분간하기 어려워서 강론할 때 착오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 책을 엮어서 짓게 되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이 보기 위한 것일 뿐 식견이 높은 이에게 보일 만한 것은 못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본서는 역대의 불교 저서와 역서를 모은 것으로 논소와 불교 관계 비명(碑銘)이 망라되어 있고 유가 서적과 역사서, 일반 비문 등도 포함되어 있다. 권1 「축화저술부(竺華著述部)」에서는 인도의 불교 논서와 중국과 일본의 불교 관련 저술 및 주석서를 대상으로 서명과 권수, 저자명을 기록했다. 일본의 찬술 문헌도 다수 확인되는데, 헤이안 시대의 승려 사이초〔最澄〕부터 근대의 불교 학자인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불교 저술들이 소개되어 있다. 권2 「선일저술부(鮮日著述部)」는 불교서가 중심이지만,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역사・지리・어문・사상・문화・과학・경제 관련 한국 역대의 각종 서적도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저술을 대상으로 했지만 한국 저술이 대부분이고 일본의 저작(著作)은 끝에 일부 소개되어 있다. 권3 「제조사비명찬술부(諸祖師碑銘撰述部)」는 고승의 탑비 비문과 사찰 사적비(事蹟碑), 그리고 능묘(陵墓) 재실비(齋室碑), 서원비(書院碑), 공덕비(功德碑)와 신도비(神道碑), 묘비(墓碑), 중수비(重修碑) 등 한국의 주요 금석문 목록을 수록했다. 권4 「삼장역범부(三藏譯梵部)」는 한역된 불교 경전과 논서, 다라니(陀羅尼) 의식집 등의 서명과 역자를 정리했는데, 이 안에는 위경으로 알려진 중국 찬술 불전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저역총보』는 전통에 대한 집성 차원에서 한국 및 동아시아의 불교 저역서와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다양한 분야의 서적과 금석문을 망라한 목록집으로 한국학 및 불교학 자료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금명 보정은 근대기 송광사 부휴계의 대표적 학승으로 전통을 집성하고 계승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그 성과 중의 하나로서 동아시아의 불교 저서와 역서, 한국에서 저술된 서적과 금석문 등을 망라해 놓은 목록집으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