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겸은 18세기 후반에 경기도와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승려화가[畵僧]이다.
상겸의 생애와 관련된 구체적인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경상북도 상주 남장사 『불사성공록(佛事成功錄)』(1788)의 「남장사괘불신화성기(南長寺掛佛新畫成記)」에 그를 ‘경성 양공(京城良工)’으로 기록하고 있어 그가 서울·경기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전하는 작품과 기록으로 보면, 상겸은 1780년대부터 1790년에 이르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불화를 제작하였다.
상겸은 경기도와 충청도, 경상도에서 활동하였다. 특히 『문효세자묘소도감의궤(文孝世子墓所都監儀軌)』(1786), 『장조영우원천원도감의궤(莊祖永祐園遷園都監儀軌)』(1789), 『장조현륭원원소도감의궤(莊祖顯隆園園所都監儀軌)』(1789)에는 그가 1786년부터 1890년에 이르는 시기에 세 건의 서울·경기 지역의 왕실 공역에 참여하여 주요한 역할을 맡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상겸은 1790년 수원 용주사 〈감로왕도〉 제작 시에도 수화승으로 참여하였다. 이와 더불어 최근 용주사 대웅전 닫집에서 발견된 「삼세불원기(三世佛願記)」에 그가 화승 25명과 함께 대웅전의 삼세불도를 그렸다는 내용이 있으며, 「본사 제반 서화조작 등 제인 방함(本寺諸般書畵造作等諸人芳啣)」(1825)에 대웅전의 하단탱을 그렸다는 기록이 있어 용주사의 불사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밖에 1780년 경기도 남양주 봉선사 대웅전의 중수개금 시 수화승 관허 설훈(寬虛雪訓, 18세기 후반 활동)과 함께 참여하기도 하였다.
상겸이 제작에 참여한 불화로는 용주사 불화 외에도 선암(屳岩)법당 〈아미타불도〉(1780, 경북 안동 애련암 소장), 향천사 〈지장보살도〉(1782), 경북 상주 황령사의 〈아미타불도〉(1786)와 〈신중도〉(1786), 관음사 〈아미타불도〉(1788, 충청남도 서산 천장사 소장), 상주 남장사의 〈괘불도〉(1788)와 〈십육나한도〉(1790)가 알려져 있다. 이 중 1788년 상겸이 수화승 경환(敬還)을 포함하여 십수 명의 경성 양공들과 남장사 괘불을 제작할 당시 ‘대승 양공(大乘良工)’과 ‘호남 양공(湖南良工)’, 즉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승 70여 명이 대대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겸과 다른 지역 화승들 간의 교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상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황령사 〈아미타불도〉는 안정된 구도와 기법을 보여 주며, 전반적으로 다양하면서도 섬세하고 화려한 문양을 시문(施文)하여 장식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상겸의 화풍은 인물 표현에서는 세장(細長)한 신체와 갸름한 얼굴이 특징이며, 전통적인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음영법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였다. 상겸과 함께 자주 불화를 제작한 화승으로 성윤(性玧), 유홍(宥弘), 홍민(弘旻)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