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37.5㎝, 가로 5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그림은 1682년 무렵 김수증(金壽增)이 조세걸을 시켜 화천군 사내면 용담천 하류를 이루는 약 8㎞의 구불구불한 계곡을 그리게 한 실경산수화이다.
구곡도(九曲圖)는 원래 중국 남송 때 주희(朱熹)가 푸젠성(福建省) 무이산(武夷山)에서 흐르는 숭계(崇溪) 상류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짓고 이 숭계의 아홉 구비 경치 좋은 곳을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 하고 그림을 그렸던 데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자학이 보급되고 이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자 이황(李滉)·이이(李珥) 이후 성리학자들 사이에 정사와 구곡경영(九曲經營)이 널리 유행하였다(예: 이이의 石潭精舍·石潭九曲·高山九曲歌).
김수증은 17세기 후반 노론계(老論系)의 성리학자로 1670년부터 지금의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영당동에 농수정사(籠水精舍)를 짓고 용담천 아홉 굽이에 각각 이름을 지어 곡운구곡(谷雲九曲: 傍花溪·靑玉峽·神女峽·白雲潭·鳴玉瀨·臥龍潭·明月溪·隆義淵·疊石臺)이라 하였다.
그리고 평양 출신 화가 조세걸을 시켜 이 구곡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리게 하였다. 이 그림들은 종래의 관념적인 산수화와는 달리, 실제 경치를 그리는 데서 오는 대상의 재현이 주가 되었다.
산·바위·나무·집 등이 비교적 정확하게 묘사되었다. 화면에 ‘제1곡방화계(第一曲傍花溪)’ 등 실경의 명칭을 적고 또 위치·거리·방향·자연의 특징 등을 명기하였다.
김수증은 주자의 「무이구곡도가(武夷九曲櫂歌)」의 운(韻)을 아들·조카·사위에게 나누어 주고, 각자 한 곡에 시 한 수씩을 짓게 하여 그림과 함께 시화첩(詩畫帖)을 만들었다. 이 화첩은 1797년 후손들에 의하여 모사(模寫)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