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바탕에 수묵담채. 세로 117㎝, 가로 52.2㎝. 간송미술관 소장. 수직으로 긴 화폭 하단 오른편에서 비스듬히 아래로 쏠리는 언덕과 길을 대각선 구도로 잡았다.
오른편 언덕에 수척한 버드나무 한 그루가 높이 서 있으면서 파릇파릇한 잎이 달린 가지를 위로 뻗고 있다. 길에는 한 선비가 동자가 이끄는 나귀를 타고 가다 문득 멈춰서 버드나무 가지 위 꾀꼬리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는 한 손에 고삐를 잡고, 한 손에는 접는 부채를 쥐고 있다. 언덕과 길은 엷은 먹으로 바탕을 칠한 다음, 초묵(焦墨)을 촘촘히 쩍어 잡초를 여기저기 벌려 놓았다. 나귀탄 선비와 종자의 모양은 아주 가는 붓끝으로 세밀하게 표현되었다.
바로 오른편에 치우친 전경을 제하고는 화폭 전체에 끝없는 빈 공간이 펼쳐진다. 화폭 왼편 위쪽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있다.
“佳人花底簧千舌(꽃 아래 佳人은 천 가지 황(簧 : 악기의 일종)의 혓소리 내고),
韻士樽前柑一雙(시인의 술독 앞에는 두 알의 귤 보기도 좋네.)
歷亂金梭楊柳岸(언덕 위 버들가지 새를 어지러히)
惹烟和雨織春江(오가는 저 꾀꼬리, 안개와 비를 엮어 봄강을 짜는 구나.)
碁聲流水古松舘道人 李文郁證 단원사(기성유수고성관도인 이인문이 감상하고, 단원이 그리다.)”
이 시는 소리·색·움직임, 그리고 배경을 적절히 구사한 명시로, 시와 그림이 썩 잘 어울려 시가 먼저 있고 그림이 나왔는지, 그림이 있고 시가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이 작품은 여백의 맛을 잘 살리는 산수인물화의 좋은 예이며, 풍속인물의 묘사가 우리 멋을 풍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