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바탕에 수묵. 세로 131.8㎝, 가로 53.8㎝. 호암미술관 소장. 강원도 통천군 해안에 있는 문암(門巖)이라는 바위의 그림이다.
조선시대에는 강원도 통천군에 조진역(朝珍驛)이 있어, 거기서 몇 리 더 북상하면 바위가 바닷가에 마주 서 있어 사람들이 그 사이로 내왕하기 때문에 문암이라 하였다. 이런 그의 문암도들은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과 평양박물관 등에 몇 점이 더 있는데, 이 그림은 이들을 토대로 해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그림은 세로로 긴 화폭을 상하로 나누어 아랫부분에 두 바위를 세워 그리되 왼쪽 육지에 치우치게 하였다. 그림 오른편과 화폭 중간까지는 완만한 평행곡선으로 넘실대는 바닷물을 묘사하였는데, 이는 아래의 굵고 강한 바위 형태의 수직선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엷은 먹으로 바위의 바탕을 칠한 다음, 진한 먹을 찍어 세운 붓으로 모난 부리를 표현하였다. 바위에는 구부정한 작은 소나무들이 정선 특유의 간략한 붓놀림으로 처리되고, 바위문 사이에 한 나그네가 종자(從者)를 데리고 서서 주위 경치에 넋을 잃고 있다.
그 앞에는 나귀를 탄 선비가 마부와 종자에 이끌려 문암을 향하고 있다. 넘실대는 커다란 파도 위, 그림 상단에는 한두 가닥 구름이 바람에 밀려 하늘을 난다.
그림의 윗부분 왼편 귀퉁이에 ‘通川門岩(통천문암)’, 그리고 ‘謙齋(겸재)’라는 글씨와 ‘元伯(원백)’이라는 그의 자(字)를 새긴 도장이 찍혀 있다. 이 그림은 대체로 상·하·좌·우의 대비법(對比法), 그리고 실(實)한 것과 허(虛)한 것의 조화를 잘 살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