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귀신사의 삼층석탑 앞에 놓인 석사자상으로 등 위에는 대나무 마디 모양이 조각된 돌기둥이 있다. 불교 조각사에서 석조 동물, 특히 사자상의 전통은 일찍이 분황사 모전석탑 주변의 석사자나 불국사 다보탑에 봉안된 석사자, 혹은 법주사 쌍사자석등이나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등에서 볼 수 있어 주로 탑이나 석등과 연관된 조형물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귀신사 석사자 역시 석탑 앞에 봉안되어 있는데 그 앞에 있던 석등을 받치던 역할을 했던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비록 대나무형 돌기둥 위의 구조물은 사라졌지만, 사자상 자체의 조각기법은 매우 뛰어나다. 특히 완전히 배를 땅에 대고 앉아있는 모습은 실제 사자가 편하게 쉬고 있는 모습과 유사한데, 이러한 사실적 표현은 다른 유물에서는 볼 수 없다. 발톱과 다리 근육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입을 약간 벌리고 앞을 주시하는 모습은 마치 충직한 동물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해학적이면서도 친근감이 든다. 마모가 심해 세부 묘사 파악에 제한이 있지만, 그 규모나 조각기법상 상당한 공력이 들어간 귀신사의 중요 석물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귀신사 석사자상은 사자상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성을 갖는 작품이다. 이 사자상처럼 땅에 배를 대고 누워있는 형태의 유물로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고달사지 쌍사자석등과 조선 초기 유물인 청룡사 보각국사정혜원융탑 앞의 사자석등을 들 수 있는데, 귀신사 사자상에 비해 형태가 추상적이고 해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사자상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점차 해태나 해치로 대체되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