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초기작으로, 1946년 조지훈(趙芝薰) · 박두진(朴斗鎭)과 함께 낸 시집 『청록집(靑鹿集)』에 수록되어 있다. 조지훈의 「완화삼(玩花衫)」에 화답한 시로, 그 앞에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놀이여”라는 「완화삼」의 일절을 부제로 달고 있다.
5연 10행의 단형시이다. 2연과 5연은 반복구로 되어 있다. 이것은 작자의 말에 의하면 “그 음악적 조화만이 아니라 작품에 정감의 균형과 비중을 살펴서 구성상의 배의(配意)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이 시에 나타난 표현법의 특이성은 구마다 ‘나그네’ · ‘삼백리’ · ‘저녁놀’과 같이 명사로 끊고 있는 점이다. 작자 스스로 구를 고정시키고 정감량(情感量)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구마다 감동을 집중시키고 있다.
작자는 이 시의 주제적 모티프(motif)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에 있다고 말하였다. 그 제목이 다 주제적 모티프가 되는 ‘나그네’는 바람과 함께 떠도는 절망과 체념의 모습이기도 하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을 떠도는, 무엇인가 송두리째 잃은 듯한 상실감으로 허전해진 모습을 ‘나그네’에서 상기할 수가 있다.
제1연의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은 작자가 태어나서 자란 농촌 풍경이나, 우리 모두가 보아온 보편화된 풍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을 찾아들거나 떠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은 ‘구름에 달가듯이’ 간다. 이 때 ‘달’의 발걸음은 반드시 밝고 경쾌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외롭고 쓸쓸하고 애상적이기까지 하다.
제3연의 “길은 외줄기 남도삼백리”에서 ‘삼백리’는 처음에 ‘팔백리’로 되어 있었는데, 발표할 당시 고쳤다고 한다. 작자의 “서러운 정서가 감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리”가 ‘삼백리’라는 것이다. 제4연은 조지훈의 「완화삼」에서 따온 것으로, 붉게 타는 저녁노을을 술빛에 비유하고 있다.
작자가 스스로 이 시를 『청록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 통하는 작자의 정신의 전우주(全宇宙)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듯이, 그 무렵의 박목월을 가장 대표하는 작품이다.
“우리나라 낭만시의 최고의 것”이라고 한 어느 논자의 말과 같이 향토적 자연에 동화된 곱고 아름다운 가락으로 서정시의 규범을 보이고 있다. 민요적인 가락과 같은 향토색, 그 음악적 효과와 감각이 잘 조화되어 ‘남(南)의 목월(木月)’이란 찬사를 받을 만큼 박목월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윤이상을 비롯하여 많은 작곡가들이 예술가곡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특이성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