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趙芝薰)은 해방 이후 『청록집』, 『풀잎단장』, 『역사앞에서』 등을 저술한 시인이자 국문학자이다. 1939년 잡지 『문장(文章)』에 추천을 받아 「고풍의상」, 「승무」 등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1942년에 조선어학회 『큰사전』 편찬위원이 되었으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심문을 받고 해방이 될 때까지 고향에서 지냈다. 또한 1947년부터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한국문화사대계(韓國文化史大系)』 제6권을 기획 및 출간하는 등 한국학의 기틀을 마련한 국문학자이다.
조지훈은 조부 조인식(趙寅錫)으로부터 한문을 수학했으며, 영양보통학교 3년을 다니고 1936년에 상경하였다. 1939년 19세에 잡지 『문장(文章)』에 추천을 받아 「고풍의상」, 「승무」 등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20세에 김난희(金蘭姬)와 혼인하였다. 1941년 혜화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 전문 강원 강사를 지냈다. 1942년에 조선어학회 『큰사전』 편찬위원이 되었으며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심문을 받고 낙향하여 해방이 될 때까지 고향에서 지냈다. 1946년에 전국문필가협회 중앙위원과 청년문학가협회 고전 문학 부장으로 활동하고 박두진(朴斗鎭) · 박목월(朴木月)과의 3인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였다.
조지훈은 1947년부터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였고, 6·25전쟁 때는 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 기획위원장, 공군 종군 주1 부단장으로 종군하여 평양에 다녀온 이력이 있다. 1957년에 한국시인협회 초대 사무 간사를 맡았고, 1961년에는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시인회의(International Biennale of Poetry)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였다. 그 후에 한국시인협회장, 한국 신시 60년 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1963년에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한국문화사대계(韓國文化史大系)』 제6권을 기획 및 출간, 『한국문화사서설』과 『한국민족운동사』를 간행하였다.
작품 활동은 잡지 『문장』에 1939년 3월에 「고풍의상(古風衣裳)」, 12월에 「승무(僧舞)」, 1940년 2월에 「봉황수(鳳凰愁)」로 제3차 추천을 받고 시작되었다. 추천 작품들은 제재부터 형태, 기법까지 전통지향성의 한국적인 미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고풍의상」에서는 전아한 한국의 여인상을 표현하였고, 「승무」에서는 승무의 동작과 분위기가 융합된 고전적인 경지를 노래하였다. 「봉황수」에서는 주권 상실의 슬픔과 민족의 역사적 연속성이 중단됨을 고지(告知)시키고 있다.
조지훈의 작품 경향은 『청록집(靑鹿集)』(1946) · 『풀잎단장(斷章)』(1952) · 『조지훈시선(趙芝薰 詩選)』(1956)의 작품들과 『역사(歷史) 앞에서』(1957), 『여운(餘韻)』(1964)의 작품들로 대별된다. 『청록집』의 시편들에서는 주로 일제강점기 말 민족의 역사적 맥락과 고전적인 미의 세계가 드러나고 자연 풍경을 묘사하는 가운데 영원한 생명에의 동경과 아울러 ‘선취(禪趣)’의 세계가 시에 형상화되었다. 「고사(古寺) 1」 · 「고사 2」 · 「낙화(落花)」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청록집』 등에서 나타난 시 세계와는 달리 『역사 앞에서』에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표현한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일제 말기의 울분과 해방기의 이념적 분열, 종군 문인으로서 목격한 6·25전쟁의 참상 등은 「화비기(華悲記)」, 「역사 앞에서」, 「다부원(多富院)에서」, 「전선(戰線)의 서(書)」 등의 작품으로 드러난다. 기타 저서로는 시집 『여운(餘韻)』(1964)과 수상록 『창에 기대어』(1956), 시론집 『시의 원리』(1959), 수필집 『시와 인생』(1959), 번역서 『채근담(菜根譚)』(1959) 등이 있다.
조지훈은 박두진(朴斗鎭) · 박목월(朴木月)과의 3인 시집 『청록집(靑鹿集)』을 간행하여 전통적 소재와 애상성,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서정성을 포착한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이다. 이들 초기 시편에 담긴 불교적 인간 의식은 사상적으로 심화되지 않았으나, 유교적 도덕주의의 격조 높은 자연 인식 및 삶의 융합을 보인다는 점에서 시문학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풀잎단장』과 『조지훈시선』은 『청록집』에서 보인 전통지향적 시세계를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학자로서 자신의 학문을 민족 문화 운동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 창조를 위하여 전통과 민족 문화의 현대적 탐구와 학적 체계화를 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