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1948년 시 「동백꽃」·「구름」·「울릉도」 등의 시를 수록하여 행문사에서 간행한 유치환의 제3시집이다. 해방 이후 창작한 작품을 수록한 시집이고 『유치환시초』나 『생명(生命)의 서(書)』의 식민지 문학과는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진실」 · 「눈초리를 찢고 보리라」 · 「조국이여 당신은 진정 고아일다」 등과 같이 사회 현실의 객관적인 문제에 천착하여 조국과 민족에 대한 연민을 새롭게 드러낸 점이 특징이다.
『울릉도』는 A5판, 96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치환의 제3시집으로 1948년 행문사(行文社)에서 간행하였다. 주1 배길기(裵吉基), 주2은 박성규(朴性圭)가 하였다. 권두에 짤막한 서문이 있다. “여기에 수록한 것은 시집 『청령일기(蜻蛉日記)』와 아울러 1945년부터 1948년 8월 15일까지의 만 3년 동안 일제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난 조국이 다시 암담한 혼돈에서 진통하던 그 가운데서 할일없이 만지적거린 나의 죄스러운 작품들이다. 청마(靑馬)”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는 「동백(冬栢)꽃」 · 「구름」 · 「괴자(槐子)꽃」 · 「공산(空山)」 · 「무야(霧夜)」 · 「선창에서」 · 「새」 · 「너에게」 · 「작약꽃 이을 무렵」 · 「춘수(春愁)」, 「산전(山巓)인양」, 2부에는 「경칩가까와 오다」 · 「산엣 봄」 · 「일행시(一行詩)」 · 「하나 호롱」 · 「대구(大邱)에서」 · 「산사(山寺)」 · 「히말라야 이르기를」 · 「거제도(巨濟島) 둔덕(屯德)골」 등이 실려 있다. 3부에는 「가난하여」 · 「어린피오닐」 · 「연만가(連巒歌)」 · 「고대용시도(古代龍市圖)」 · 「호화스런 권속(眷屬)들」, 4부에는 「진실(眞實)」 · 「한개 능금」 · 「어리석어」 · 「울릉도(鬱陵島)」 · 「식목제(植木祭)」 · 「오상보성외(五常堡城外)」, 5부에는 「1947년 7월 조선에 한달 비내리다」 · 「눈초리를 찢고 보리라」 · 「조국(祖國)이여 당신은 진정 고아(孤兒)일다」 · 「서울에 부치노라」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8·15해방 이후 창작한 작품을 수록한 것이다. 따라서 일제 치하에서 쓰인 작품들을 묶은 『청마시초』나 『생명(生命)의 서(書)』와는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 우선 「진실」 · 「눈초리를 찢고 보리라」 · 「조국이여 당신은 진정 고아일다」 등과 같이 시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 비판을 담은 작품이 있다. 또한 「울릉도」 · 「식목제」 등에는 8·15 이전 유치환의 시가 갖지 못한 정신 세계도 나타난다.
8·15 이전 유치환의 시는 대체로 생을 허무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그런 운명에 도전하는 의지를 노래한 것이 주조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시집에 담긴 몇 개의 작품은 그와 다르다. 그들 작품에서 유치환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전후로 하여 이상적인 민족 공동체에 대한 상을 마련하고 현실적인 절망과 비판 또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이 시집은 초기 시에 나타나는 사랑과 생명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탐색이 사회 현실의 객관적인 문제에 천착하여 조국과 민족에 대한 연민으로 새롭게 드러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사회 권력의 비리를 폭로하고 이상적인 민족 공동체의 실현을 위한 투쟁과 의지를 표면화한다. 현실 비판적인 경향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문총구국대 단원으로 종군하면서 쓴 『보병과 더불어』(1951), 4·19혁명 전후에 쓴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1960) 등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