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원리』는 시인 조지훈이 자신의 독자적 시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시론집이다. 1953년 산호장(珊瑚莊)에서 B6판, 160면으로 간행되었으며, 이후 절판되었다가, 1959년에 내용을 증보하여 신구문화사(新丘文化社)에서 A5판, 238면으로 다시 간행되었다. 1953년판 서문에 의하면, 이 책은 조지훈이 1947년 봄 「시의 창작과 감상」이라는 제목으로 중앙방송에서 진행한 방송 원고를 저본으로 확장하여 저술한 것이다. 1953년판은 주3로 되어 있었으나, 1959년판은 문어체로 수정되었다.
조지훈은 이 책을 저술한 이유에 대하여 “해방 직후 시단의 혼미에 대한 계몽과 당시 횡행하던 유물사관의 횡포에 대한 비판을 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시 문학 일반의 기초를 단편적이 아닌 전체적인 구조로서 전개하고자 하였다. 이 무렵 그는 주2가 ‘무사상(無思想)’의 시도 아니면서, ‘주사상(主思想)’ 또는 ‘주정치(主政治)’의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저서는 그에 관한 이론적 모델로서 완결적 체계를 갖춘 시의 원론이자 순수시의 지향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졌다. 1부는 시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의 우주」, 2부는 시의 인식론적 문제와 창작 방법론을 다룬 「시의 인식」, 3부는 시의 위치와 효용을 다루는 「시의 가치」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시의 우주」에서는 자연미와 예술미의 관계 속에서 ‘시의 생명’을 규정하면서, 시 정신과 시 작품 사이의 관계를 카오스와 코스모스의 관점으로 해명하고 있다. ‘시의 감성’에 관하여 시의 가치 판단에 있어서 독자성의 근거로서 감성을 제시하며, 시적 태반으로서의 정서적 감동을 강조한다. ‘시의 언어’에서는 시적 언어의 특질로서 언어의 율동적 조형을 강조하였다.
2부 「시의 인식」에서는 시를 감수하는 시인의 자아 발견과 영감과 주의력의 교감을 통하여 ‘시의 착상’을 해명하고, 시의 기본 미학으로서 우아미, 비장미, 관조미를 통하여 ‘시의 구성’을 살피고, 혼돈의 질서화, 복잡의 단순화라는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시의 현상’을 밝히고 있다.
3부 「시의 가치」에서는 산문과 운문, 정형시와 자유시, 산문시를 규명하면서 ‘시의 위상’을 검토하고, 자기 표현 및 고양을 중심으로 ‘시의 목적’, 예술성과 공리성을 연계시키는 ‘시의 윤리’를 제시한다. 또한 시인과 독자, 창작과 감상의 관계에서 구심적 공감, 창조적 감상, 원심적 태도를 구분하면서 ‘시의 감상’을 해명한다.
문학에 있어 주1이란 문학 작품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독립된 개체로 보는 관점이다. 조지훈의 유기체 시론은 낭만주의적 유기체론의 영향을 드러내고 있다. 1930년대의 박용철, 그 이후의 정지용이 펼쳐온 유기체론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 시론의 중요한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조지훈의 『시의 원리』는 전체적 구성과 내용을 볼 때, 어느 하나의 문예 사조나 문학론으로 한정하거나 환원하기 어려운 복합성과 상호 관련성을 보인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는 이 저술을 통하여 동서양의 사상과 문학 이론을 아우르는 ‘보편 시론’을 정립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