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 퍼져 있으나, 전라도 지역의 농부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전라도 농부가는 「육자배기」와 더불어 전라도의 대표적인 민요로 「긴농부가」와 「자진농부가」로 짝을 이루고 있다.
노랫말의 내용은 일률적이 아니고 순박하고 솔직담백한 농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것이 주가 되고 있으나, 때로는 사랑을 호소하는 내용도 있다. 노래말은 부르는 이에 따라 다양하지만, 흔히 알려진 노랫말의 첫 절은 다음과 같다.
“어여 어허여루/상사디여/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말을 들어보소/어루화 농부님 말들어여/전라도라 하는 데는 신산이 비친 곳이야/이 농부들도 상사소리를 메기는데/각기 저정거리고 너부렁거리네.” (「긴농부가」)
“어화 어루/상사디여/여로농부들어/어화 농부들 말 듣소/부귀와 공명을 탐치 말고/고대광실을 부러 마소/오막사람이 가지가지라도/태평성대가 비친다네/어화 어루/상사디여.” (「자진농부가」).
장단은 「긴농부가」는 중모리장단이고, 「자진농부가」는 굿거리장단 또는 중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두 곡 모두 한 사람이 메기면 여러 사람이 받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有節形式)의 곡이다. 음계는 전형적인 남도의 계면조로 되어 있다. 두 곡이 반드시 짝으로 불리며 「긴농부가」가 먼저 불리고 「자진농부가」가 나중에 불린다.
특히, 「자진농부가」의 ‘어―하’와 ‘방―화’ 부분의 당김음은 박력 ·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곡의 짜임새가 멋스럽고 흥이 저절로 나는 구성진 곡으로 수십 명이 북 · 장구 · 꽹과리를 두드리며 춤을 추면서 원을 그리고 돌아간다.
또한, 판소리 「춘향가」에도 농부가가 있는데, 이는 원래의 「농부가」를 삽입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전라도의 농부가인 「상사소리」는 판소리 「춘향가」에 삽입된 뒤 판소리 전문 창자에 의해 세련미가 더하여 멋스럽게 바뀌었고, 그것을 다시 농부들이 흉내내어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경상도의 토속민요인 모심기노래의 「농부가」는 ‘얼럴러 상사뒤야’라는 후렴구의 가사는 같지만 가락은 사뭇 다르고, 전라도의 「자진농부가」 정도의 속도로 부르며, 전라도의 농부가와 같이 멋스럽게 꺾어 나가는 선율이 아니고 그야말로 빨리빨리 일을 해나가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리듬에 맞추어 노래부르면서 노작(勞作)의 힘겨움을 덜고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농업 노동요로서의 기능이 강하며, 곡의 분위기도 경상도 사람들의 기질에서 오는 것인지 꿋꿋한 맛이 풍긴다. 이 선율에 ‘얼럴럴 상량(上樑)이야’라는 가사를 붙여 부르면 대들보를 올릴 때의 「상량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