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 능가경(Laṅkāvatāra Sūtra). 여래장(如來藏) 계통의 중기 대승 경전이다.
현존 한역본(漢譯本)으로는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394-468)가 443년에 번역한 『능가아발다라보경(楞伽阿跋多羅寶經)』 4권과 보리유지(菩提流支, ?-508-535-?)가 513년에 번역한 『입능가경(入楞伽經)』 10권, 실차난타(實叉難陀, 652-710)가 700∼704년에 걸쳐 번역한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 7권 등 세 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구나발타라가 번역한 4권 능가경이다.
우리나라 현존판본으로는 해인사 대장경 속의 것과 1636년에 경기도 용복사(龍腹寺)에서 간행한 『능가아발타라보경』, 해인사에서 조선 후기에 판각한 『대승입능가경』, 명나라 원가(員珂)가 세 본의 『능가경』을 합친 『능가아발다라보경회역(楞伽阿跋多羅寶經會譯)』 등이 있다.
석가모니가 능가성(楞伽城)에서 대혜(大慧, Mahāmati) 보살에게 설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전의 핵심은 붓다가 스스로 깨달은 지혜(svapratyātmāryajñāna, 자증성지(自證聖智))로, 붓다의 깨달음이라는 구도 아래에 모든 분별 세계가 ‘내 마음을 본 것일 뿐(svacittadṛśyamātra, 자심현량(自心現量))’이라는 유심(唯心) 사상, 8식설과 알라야식으로 대표되는 유가행파의 심식설, 그리고 알라야식과 동의어로서 여래장(如來藏)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능가경』은 인도 유가행파의 교리와 여래장사상을 결합시키는 대표적인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능가경』은 여래장과 알라야식을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의 선구적인 경전이 된다. 인도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동아시아에서는 해당 교설이 불교 이해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한 『능가경』은 단순히 불교의 교학적 구조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설들이 어떻게 종교적인 경험 속에서 결부되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경전이다. 이에 따르면 무분별의 깨달음을 얻은 부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만, 미혹에 의해 염오된 중생은 대상에 집착하여 이것이 내 마음의 현현임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모든 현상이 스스로의 마음이 나타낸 바임을 철저하게 깨닫는다면 집착하는 자[能取]와 집착하게 되는 대상[所取]의 대립을 떠나서 무분별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고 설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래장설도 무아설(無我說)도 무분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방편이 된다고 한다. 또한 성스러운 지혜의 작용에 관해서 크게 강조하고 있으며, 무분별을 스스로 체험하는 철저한 깨달음에 의해서만 진리의 전개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오법(五法) · 삼성(三性) · 팔식(八識) · 이무아(二無我)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선(禪)을 우부소행선(愚夫所行禪) · 관찰의선(觀察義禪) · 반연여선(攀緣如禪) · 여래선(如來禪)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선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자료를 제공하였다. 중국 초기 선종(禪宗)의 인물들을 '능가사(楞伽師)'라고 부를 정도로 『능가경』은 선종의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다. 다만 이 경전은 단편적인 기술이 많고 서술이 조직적이지 않으며, 한역 자체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때문에 최초 4권 능가경이 번역된 후 수십 년간 주목받지 못하다가 보리유지(菩提流支, ?-508-535-?)에 의한 『능가경』 재번역 및 경전 강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점차적으로 동아시아 불교도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원효(元曉, 617-686)가 『능가경』을 중시하였다. 현재는 전해지지 않지만 원효는 『 능가경소(楞伽經疏)』 7권과 『능가경요간(楞伽經料簡)』 · 『능가경종요(楞伽經宗要)』 각 1권 등을 저술했다고 하며, 현존하는 원효의 저술 속에서도 본 경전이 대단히 자주 인용되고 있어 원효 사상에서 『능가경』이 차지하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