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몽자회≫에는 ‘포(鉋’ 또는 ‘ᄃᆡᄑᆡ[椎鉋]’로, ≪재물보 才物譜≫에는 ‘ᄃᆡᄑᆡ[鉋, 推鉋]’·‘ᄃᆡᄑᆡ집[鉋匡]’·‘ᄃᆡᄑᆡ밥[鉋花]’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후기 의궤에 기록된 대패의 종류를 살펴보면 ‘미리(-未里, -尾里)’에 형태나 용도를 지시하는 접두어를 붙였다. 당시의 대패는 요즘과 같이 당길 때 가공되는 대패가 아니라, 밀 때 가공되는 대패인 까닭이다. 대패가 우리나라의 목공 연장으로 등장하는 확실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본래 목재의 면을 매끈하게 다듬는 작업은 원목을 도끼나 자귀로 다듬는 경우와 톱으로 켰을 경우에 따라 그 사용 연장이 달라진다.
도끼나 자귀로 원목을 다듬게 되면 목재의 표면이 파상(波狀)을 이루는데, 이를 매끈하게 다듬는 데에는 손잡이가 긴 다듬는 칼이나 훑이·깎낫 등이 적당하며 대패는 부적합하다. 반대로, 켤톱과 같은 큰 톱으로 켜낸 목재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데는 대패가 적당하다. 따라서, 대패의 등장시기는 켤톱 또는 그밖의 목재를 세로로 절단하는 연장의 출현시기와 관련이 깊다.
이렇게 볼 때 대패의 출현은 늦어도 고려말이나 조선 초기로 볼 수 있으며, 그보다 훨씬 이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왜냐하면, 켤톱은 이미 15세기 이전에 ‘조선톱’이라는 호칭으로 일본에 보급되었으므로, 그보다 훨씬 이전에 우리 나라에서 켤톱의 사용이 보편화되었다고 볼 수 있고, 켤톱과 함께 대패도 사용되었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기본형태는 나무로 만든 육면체인 장방형 대팻집에 깎인 대팻밥이 위로 올라오도록 대패아가리를 파내어 여기에 엇비슷하게 대팻날을 끼운다. 대팻날 뒤쪽에 대팻손을 대팻집에 직각 방향으로 가로질러 끼워서 이것을 잡고 앞으로 밀 수 있도록 한다. 날 앞쪽 대팻등에는 끌손잡이를 박아 당길 수 있게 한다. 끌손은 두 사람이 대패질할 때 앞에서 한 사람이 손으로 당기거나 끈을 매어 당기는 것이다.
대패는 마름질 시기에 따라 막대패(호련대패)·재대패(중대패)·잔대패(마무리대패)로 나누며, 모양과 기능에 따라 평대패·장대패·짧은대패·곧날대패·실대패·개탕(開鐋)·변탕(邊鐋)·뒤접대패·둥근대패·배꼽대패·돌림대패·배밀이대패·골밀이대패·살밀이대패 등으로 구분한다.
평대패는 목재 표면을 평평하게 밀어 깎는 대패로서 대패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다. 대패바닥과 대팻날이 직선으로 평평하게 되어 있다. 장대패는 대팻집을 길게 하여, 막대패로 밀었을 때 생기는 굴곡을 고르는 데 사용된다. 대팻집이 아주 길 때는 끌손잡이를 달아 두 사람이 작업을 하기도 한다.
막대패는 목재 표면을 초벌로 대강 다듬는 것으로, 대팻밥이 잘 빠져나가도록 아가리가 크게 만들어졌다. 곧날대패는 대패바닥을 평활하게 고르기 위하여 날을 대패바닥에 직각되게 끼워 사용하는 것이다. 실대패는 장지나 판자 등을 끼우기 위하여 목재면을 실처럼 가늘게 홈을 파내는 대패이다. 뒤접대패는 표면이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나 굽은 곳의 안쪽을 깎아내기 위한 것이며, 둥근대패는 목재면을 둥근 막대처럼 깎거나 둥근 홈을 파내는 데 사용된다.
개탕이란 장지나 판자 같은 것을 끼우기 위하여 홈을 팔 때 사용하는 대패인데, 모양은 대패바닥 가운데를 필요한 넓이만큼 튀어나오게 하고 좌우 양쪽은 턱지게 한다. 변탕은 모서리를 턱지게 깎기 위하여 대패바닥을 턱지게 만든 것이다. 살밀이대패는 문살의 표면을 장식하기 위하여 대팻날에 여러 모양의 굴곡을 준 것이다.
대패의 사용에 따라 조선시대의 목조건축은 표면의 마무리 처리가 보다 섬세하게 되었고, 작업능률도 향상되었으며, 특히 마룻바닥·천장 등의 작업이 쉬워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대패가 보급되면서 우리 나라 재래의 대패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일본식 대패는 날을 이중으로 끼우고 밀어서 깎지 않고 당겨서 깎으므로 힘은 더 들지만, 나뭇결이 곱게 깎이고 섬세한 가공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패는 대개 일본식 대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