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대한제국 선포 후 황제권이 강화되면서 1898년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대대적인 민권운동에 직면하였던 고종은 독립협회를 해산한 후 1899년에 「대한국국제(大韓國國制)」를 공포하였다. 대한제국의 정치와 군권(君權)의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국제(國制)를 제정하라는 조칙에 따라 법규교정소에서 작성하였고, 황제의 재가를 받아 반포하였다.
법규교정소 총재는 의정부 의정 윤용선이고, 의정관에는 서정순, 이종건, 이윤용, 권재형, 박용대, 성기운, 김영준 등 정부 대신들로 임명하였다. 또한 르장드르(C. W. Le Gendre), 브라운( J. McLeavy Brown), 그레이트하우스(C. R. Greathouse) 등 외국인 고문들도 참여하였다.
총 9조로 이루어진 「대한국국제」는 제1조에서 세계 만국이 공인하는 자주독립의 제국(帝國)이라고 선언하여 근대 주권국가로서 위상을 분명히 하였다. 나머지 조항들은 5백 년 전래 만세불변의 전제군주로서 황제권의 내용을 명시한 것이다.
즉 ① 신민(臣民)의 군권(君權) 침손(侵損) 행위에 대한 처벌, ② 육 · 해군의 통솔과 편제(編制), ③ 법률의 제정 · 반포 · 개정과 사면 · 복권의 명령, ④ 행정 각부 관제의 제정과 관료의 임면, ⑤ 외국과의 조약 체결, 사신 파견, 선전 포고 · 강화의 권리 등을 공법(公法)에 의거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인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규정이 없고, 의회 개설이나 삼권 분립에 관한 조항이 없으며, 황제에게 입법 · 사법 · 행정 · 외교 · 군 통수권 등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런 명문화된 규정조차 필요치 않던 왕조시대의 왕권에 비해 황제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조 대한국은 세계 만국에 공인된 자주독립한 제국(帝國)이다.
제2조 대한제국의 정치는 500년간 전래되었고, 앞으로 만세토록 불변할 전제정치이다.
제3조 대한국 대황제는 무한한 군권을 향유하니 공법에 이른 바 정체(政體)를 스스로 정함이라.
제4조 대한국 신민이 대황제가 지닌 군권을 침손하는 행위가 있으면 이미 행하였건 아직 행하지 않았건 신민의 도리를 잃은 자로 인정한다.
제5조 대한국 대황제는 국내의 육 · 해군을 통솔하고 편제를 정하며 계엄과 해엄(解嚴)을 명한다.
제6조 대한국 대황제는 법률을 제정하여 그 반포와 집행을 명하며, 만국의 공통된 법률을 본받아 국내 법률도 개정하고 대사(大赦), 특사(特赦), 감형, 복권을 명하니 공법에 이른바 율례(律例)를 스스로 정함이라.
제7조 대한국 대황제는 행정 각부부(各府部)의 관제와 문무관의 봉급을 제정 혹은 개정하고 행정상 필요한 각 칙령을 발하니 공법에 이른바 치리(治理)를 스스로 행함이라.
제8조 대한국 대황제는 문무관의 출척(黜陟), 임면을 행하고 작위, 훈장 및 기타 영전(榮典)을 수여 혹은 박탈하니 공법에 이른바 신하를 스스로 선발함이라.
제9조 대한국 대황제는 각 조약국에 사신을 파송, 주재하게 하고 선전(宣戰), 강화(講和) 및 제반 약조를 체결하니 공법에 이른바 스스로 사신을 파견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