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도서기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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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개념
1880년대 초 김윤식 · 신기선 등이 주창한 전통적인 제도와 사상은 지키되 근대 서구적인 기술은 받아들이자는 개화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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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1880년대 초 김윤식 · 신기선 등이 주창한 전통적인 제도와 사상은 지키되 근대 서구적인 기술은 받아들이자는 개화사상.
내용

사상이 전통과 연속되는 내재적 측면에서 보수성이 생기고, 근대 서양자본주의 및 과학·기술과 연결되는 외래적 측면에서 진보성이 생겨, 결국 이 양면을 하나로 종합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조선 말기에 서세동점(西勢東漸)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중국의 양무운동(洋務運動)의 기치로 내세운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이나 일본의 ‘화혼양재론(和魂洋才論)’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서양문명의 우위를 산업·기술·과학·무기 등 물질적인 면에서는 일단 인정하는 대신, 동양의 정신문화, 주로 유교적 가치관 및 세계관을 우위에 두려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도서기론은 사상적 측면에서 볼 때는 성리학의 이기론적 우위관(理氣論的優位觀)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는 존왕양이(尊王攘夷)를 표방하는 소중화사상(小中華思想)인 화이론적 세계관(華夷論的世界觀)에 그 이론적 배경을 두고 있다.

유학사상사에서 도(道)와 기(器)의 비교 설명은 ≪주역≫ 계사전(繫辭傳)에 처음 나온다. 도와 기를 각각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 두 개념은 특히 송대 성리학에 있어서 이(理)와 기(氣)로 발전, 변화되어 이기론의 모태가 되었다.

그러나 철학적 개념인 이기(理氣)의 관계는 주희(朱熹)의 설에 따르면, ‘부잡불리(不雜不離)’로서 서로 분리되어 설명될 수 없는 관계로 이해된다. 또한 서양의 물질문명 자체내에도 정신문화나 사상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동서 두 세계를 이와 기로 판연히 구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 우월주의라 할 수 있는 화이론적 세계관 역시 서세동점의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동도서기론은 척양척왜(斥洋斥倭)를 주장한 최익현(崔益鉉) 등의 위정척사론(衛正斥邪論)과도 척사의 의미에서는 그 맥락을 같이하지만, 현실적인 자강(自强)을 도모하기 위해 서양의 과학·기술문명만은 수용하자는 이른바 채서사상(採西思想)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개화사상가들의 동도서기론은 성리학에 바탕을 두고 그밖의 이질적 문화를 배척하려는 재야 유학자들을 중심으로 성장한 척사사상과는 대립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따라서 동도서기론은 전통적 지배질서계급과 이해관계를 온존(穩存)시키면서 외형적인 부국강병을 이룩하려는 보수적 개량주의를 이론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본 입장은 개화세력으로 하여금 한편으로는 전통주의적 입장인 위정척사파와 대립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적인 동학농민세력과도 대립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국강병책을 추진하는 과정 중에 대두되었던 동도서기론의 의미는 점차로 개화파에 의해 서양의 기(器) 뿐만이 아니고 제도·문화·사상까지 그 우월성이 인정됨에 따라, 명나라 이후 중화사상의 중핵을 이루는 소중화로서의 조선이 세계문화의 중심이라는 의식의 붕괴와 함께 퇴색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역사적인 안목에서 볼 때, 격변하는 서세동점의 외세와 사회개혁이라는 내치적(內治的)인 상황 속에서 나온 동도서기론은 역사발전의 역기능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승해야 할 긍정적 요인도 공유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전통적인 요소와 개혁적인 요소를 조화시키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주역(周易)』
『한국사연구입문』(한국사연구회 편, 지식산업사, 1981)
『中國哲學事典』(韋政通, 大林出版社, 民國 70)
「동도서기론의 구조와 그 전개」(권오영, 『한국사시민강좌』 7, 일조각,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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