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308면. 1949년 세계문학사(世界文學社)에서 간행하였다. 광복 후의 사상적 분열과 사회적 혼돈기에 처하여 문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급진적 선전문학과 그 견해를 달리한 문예적 창조성을 주요한 비평적 논거로 한 책이다.
총 31편의 논문을 5부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1부 ‘소설과 사상’에 3편, 2부 ‘작가론’에 9편, 3부 ‘문학과 사상’에 7편, 4부 ‘문예시평’에 10편, 5부 ‘사사록(私事錄)’에 2편이 각각 실려 있다.
저자는 소설에 대하여 ‘가공의 사실을 가지고 새로운 가능한 현실을 완성시킨 것’으로 규정하여 제시하였는데, 이기영(李箕永)의 작품을 ‘유물론적 리얼리즘’으로 보면서 그 ‘형상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평적 관점에는 당시의 좌·우 분열상이 명백히 나타나 있다. 이기영의 「고향(故鄕)」에 대하여 ‘정밀한 한 개의 기록’이라고 규정한 예가 그러하다.
이에 비하여 김동리의 「황토기(黃土記)」는 ‘허무에의 투신(投身)’으로 주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허무 의식과 반항(反抗)’으로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허무 의식과 대결하는 가장 진지한 작가로 김동리를 평가하였다.
이기영과 김동리의 비교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두 작가는 모두 인물을 농민들로 설정하였다. 전자의 인물이 농촌의 현실적 삶에 진지하게 대처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 후자의 인물은 현실적 삶에서 아무런 의의를 찾지 못하고 허무 의식에 사로잡혀 그 허무 관념과 싸우고 있다.
이러한 두 작가의 차이를 논평함에 있어서 저자는 현실 인식의 문제를 주요한 관건으로 채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반되는 부정과 긍정으로 양극화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광복 당시와 그 직후 몇 년간은 이념 분열로 인하여 작품의 타당한 평가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요 특성은 서정주(徐廷柱)·이상(李箱)·김동리(金東里)·박두진(朴斗鎭) 등의 문예적 가치를 적절하게 분석함으로써 그 예술성을 천명한 데 있다. 특히 문학의 자율성을 말한 데서 비평적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예술적 관점에 입각한 유기론적 비평론의 저서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