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의 원어는 'patākā'로 '波多迦'로도 한역한다. 『법화경(法華經)』 약왕품(藥王品)에 등장한다. 사용되는 색깔은 청·황·적·백·흑의 다섯 색이다. 고대의 것은 그 형태를 잘 알 수 없으나 근래에는 법회 등 큰 행사가 있을 때 종이에 범서(梵書)를 쓰고 이를 노끈에 매달아 전각 주변에 걸게 된다.
불경에 기록된 번의 종류는 관정번(灌頂幡)·정번(庭幡)·평번(平幡)·사번(絲幡)·옥번(玉幡) 등 다양하다. 관정번은 관정 의식에 사용되는 번이며, 정번은 비를 청하기 위하여 옥외에서 기우제와 같은 의식을 집행할 때 사용된 번으로 짐작된다.
평번·사번·옥번 등은 재료에 따르는 명칭으로, 평번은 넓은 비단으로 제작되고, 사번은 여러 가닥의 실을 묶어서 만들며, 옥번은 금속과 옥석을 서로 연결하여 만들어진다. 재료에 따라서 여러 형태의 번이 만들어지겠지만 모두 다 불전 장엄을 위하여 현괘(懸掛)되는 것은 동일하다. 즉, 장엄 용구로 활용된 것이지만 불교 공예의 분야에 널리 활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