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필사본.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에는 ‘145지(紙)’라고 하였으며, 『법상종장소(法相宗章疏)』 등에서는 2권이라고 하였다. 이는 『범망경』의 상·하권에 각각 2권씩의 주석을 남긴 것을 별책으로 나누었기 때문인 듯하다.
전체를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① 경을 말한 곳과 때(時處), ② 누구를 위하여(機根), ③ 어떤 목적으로(藏攝故), ④ 번역하였는가(翻譯故), ⑤ 가르침의 핵심(宗趣故), ⑥ 제목의 해설(題名), ⑦ 본문의 해석(本文) 등의 순으로 해설을 가하였다.
① 경을 설한 때와 장소는 석가모니가 성불(成佛)을 이룬 직후, 마가다국(Magadha國)의 적멸도량(寂滅道場)이라고 밝혔다. ② 대상은 보살성(菩薩性)을 가진 이들의 발심(發心)을 위한 때문이라고 본다.
③ 목적은 보살을 이루게 하기 위해서이며, ④ 번역은 인도에서 후진(後秦)으로 온 구마라집(Kumarajiva)이다. ⑤ 가르침의 핵심은 크게 둘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는 올바른 행을 가르치는 문(敎正行門)이며, 두번째는 악행을 경계하는 문(誡惡行門)이다.
특히, 대승보살계의 정신에 입각하여 소승의 형식윤리를 타파하고, 불도(佛道)의 본원으로 되돌아가려 함이라고 보았다.
⑥ 제목의 해설에서는 능히 모든 것을 맑게 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범(梵)’이라고 하였으며, 모든 중생을 포섭할 수 있기 때문에 ‘망(網)’이라고 설명하였다. ⑦ 본문의 해설이 본소(本疏)의 주제이다.
먼저 십중계(十重戒)에 대한 해설로 첫째는 살계(殺戒)인데 산목숨을 죽이는 마음의 태도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죄가 가벼워지기도 한다는 점을 논술하였다. 즉, 불가피한 경우의 살생일 경우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면 죄의 업보(業報)가 가벼워진다고 설명한다.
둘째는 도계(盜戒)로서 주인 없는 물건을 취할 경우에는 그 죄를 따지기가 어렵다고 본다. 셋째는 자비를 행하지 않는 잘못(無慈行欲戒)인데, 중생과 고락을 같이하려는 연민에 의한 음행(淫行)이라면 죄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넷째는 망어(妄語)인데, 방편에 의한 망언이라면 죄가 되지 않지만, 상대방을 해치려는 의도의 망언은 중죄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다섯째는 고주(酤酒)인데, 음주는 실수와 후회를 동반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섯째는 다른 이의 허물을 말하는 계(談他過失戒)로서, 특히 악인이나 중생들에게 사부중(四部衆)의 잘못을 말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일곱째는 자기를 추켜세우고 남을 비방하는 행위(自讚毁他)인데, 악의 없는 농담이라면 죄가 될 수 없지만, 자신의 이양(利養)을 위하여 조장하는 일이라면 중죄가 된다고 하였다.
여덟째는 인색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잘못을 더욱 힐책하는 행위(慳生毁辱戒)인데, 보살은 재시(財施)와 법시(法施)를 통한 동체대비(同體大悲)를 실현하여야 된다고 역설한다.
아홉째는 상대방의 사죄를 받아들이지 않는 잘못(瞋不受謝戒)인데, 인욕행(忍辱行)으로서 분원심(忿怨心)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하였다.
열째는 삼보를 훼방하는 일(毁謗三寶戒)로서, 원효(元曉)의 학설을 인용하여 일승(一乘)으로 귀환하여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권4에서는 사십팔경계(四十八輕戒)를 조목별로 해석하고 있다. 『해심밀경(解深密經)』 등 36종류의 경전과 원효 등이 저술한 14종의 논서를 인용하였다.
전체적인 사상경향은 대승윤리의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즉, 범계(犯戒)의 여부는 겉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 없고, 다만 어느 정도 순일(淳一)한 지심(至心)의 경지에 가까우냐 하는 것으로 그 판단의 기준을 삼으려고 하였다. 다소 훈고학적인 주석을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전반적인 흐름은 보살계사상의 현양에 주안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원효의 윤리관 이래 신라불교의 계율사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사상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경흥(憬興)·의적(義寂) 등과 공통된 사상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지범상문(持犯相門)은 결정적으로 원효의 영향을 받은 사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