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 54소국(小國)의 하나이다. 《삼국지 三國志》 위서 동이전 한조(韓條)에는 삼한의 여러 소국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다. 이름의 표기는 우리말의 나라 이름을 당시 중국 상고음(上古音)에 따라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중국 고대의 북방음은 우리의 한자음과 유사해 소국의 지명을 비정하는 데 참고가 된다.
‘비리(卑離)’는 마한의 소국 이름에 많이 붙여졌다. 예컨대 ‘비리국’ · ‘고비리국(古卑離國)’ · ‘감해비리국(監奚卑離國)’ · ‘내비리국(內卑離國)’ ·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 등이 그것이다. ‘비리’는 백제의 ‘부리(夫里)’, 신라의 ‘벌(伐)’ · ‘불(弗)’ · ‘불[火]’ 등과 같은 뜻에 대한 다른 한자표기로서, 평야(平野) · 읍락(邑落) · 나라 등의 뜻을 지닌다.
‘벽비리’는 664년 당나라가 백제고지에 구획한 주(州) · 현(縣) 가운데 고사주(古四州)의 속현(屬縣)인, “벽성현(辟城縣)은 본래 벽골(辟骨)”이라고 한 ‘벽성’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벽골제(碧骨堤)가 있던 지금의 전북특별자치도 김제(金堤)이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따르면 김제군은 본래 백제의 벽골현인데, 경덕왕이 김제로 이름을 고쳤다. 한편 ‘벽성’은 《일본서기》 천지기(天智紀)에 ‘피성(避城)’으로 표기되었으며, ‘벽(辟)’자와 ‘피(避)’자는 통용된다.
이 소국은 마한연맹체의 일원으로서 맹주국과 여러 가지 형태의 결속관계를 성립하면서도, 토착적인 세력기반을 그대로 유지한 채, 4세기 중엽까지 개별적인 성장을 지속하다가 백제에 복속된 것으로 보인다. → 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