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별기」는 23세 나이에 폐병을 앓는 주인공 ‘이상’이 금홍을 만나 다섯 차례나 함께 살다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햇수로 5년에 걸친 이 이야기는 특별한 주1 없이 사건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며, 200자 원고지 25매가 안 되는 짧은 분량으로 형상화된 주2이다. 압축과 절제의 미가 잘 살아 서정적인 여운까지 주는 수작이다. 주3는 주4 스토리는 굴곡이 심하지만, 형상화의 초점을 주5의 장면에 맞추어 애증과 상념, 사색이 전개될 법한 일상을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남녀 간의 만남과 이별의 장면이 인생사 일반의 모습을 환기하는 효과를 발휘하여 서정소설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1절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이상’이 요양차 찾아간 B 온천에서 금홍을 만난다. 대면한 지 이틀 만에 줄곧 사랑을 나누며 나는 주6를 주는 대신 다른 손님을 소개하고, 금홍은 그렇게 번 돈을 자랑하며 지낸다. 주7님 소상’으로 내가 귀경하며 헤어진다.
2절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둘이 부부가 되어 ‘현란하고 아기자기’하게 살다 ‘부질없는 세월’이 1년 5개월이 지나, 금홍이 옛 생활을 하되 나에게 숨긴다. 나는 금홍의 그런 태도를 ‘천려(千慮)의 일실(一失)’이라 여기며, 그녀의 편의를 위해 자리를 비켜 준다. 어느 날 금홍이 나를 구타하고 가출한다.
3절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두 달 후 금홍이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와 나를 원망하며 운다. 헤어지자며 보냈다가, 다시 오라 하여 재회한다. 병에 걸린 나를 보고 자신이 먹여 살리겠다던 금홍이 다섯 달 만에 다시 사라지자,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주8가량에 집안이 쑥밭이 되고 나는 스물일곱 살, 노쇠해져 버린다.
4절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몇 편의 소설과 시로 치욕을 배가’한 후 동경으로 가겠다며 ‘공포’를 내어놓던 때, 서울에 온 금홍을 만나, 술상을 마주하고 노래를 주고받으며 ‘영이별’을 맞이한다.
「봉별기」는 이상의 소설 일반에 공통되는 남녀 관계의 양상을 벗어난 유일한 작품이다. 여성이 신비화되지 않고 남성이 여성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주인공의 성격화에 있어 여성에 미련을 두지 않고 여성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 등 여성 지향성이 현격히 약화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렇게 주인공의 성격화에서부터 복잡한 상념과 심리 묘사가 생겨날 여지가 지워져 있는 것이다.
「봉별기」는 작가의 전기적인 요소가 작품에 활용되면서 서정소설적인 특징이 강화된 것도 특징적이다. 아내의 주9 모티브, 백부의 사망과 그 이후의 친가 복귀, 작품을 발표하는 문단 활동, 동경행 운운이 작가의 실제 행적에 닿아 있다. 짧지 않은 시간에 걸친 작가의 여러 행적을 작품화하기 위해서 구구한 사정 등을 불가불 생략하게 되어, 현대 소설 일반의 일상적인 구체성이 휘발되고 서정소설적인 면모를 강화하게 되었다.
「봉별기」는 같은 해에 발표된 「지주회시(蜘蛛會豕)」(『중앙』, 1936.6.), 「날개」(『조광』, 1936.9.)와 더불어 인물 구성과 스토리상 ‘부부 관계 3부작’을 이룬다. 이들 작품은 초기나 말기 이상 소설의 형식 실험적인 주10을 낮추고 주11의 미학을 취하는 식으로 당대의 소설 미학에 동조한 것인데, 이로써 소설가 이상의 문단 내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한 의의를 갖는다. 「봉별기」는 금홍과 이상이 맺은 인연의 전말을 상당히 직접적으로 다룬 까닭에 작가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